“한두 번 봤던 가라치코 사람들이 우리를 이웃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윤식당’ 촬영지는 이 곳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김대주 작가)
지난 13일 열린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 기자간담회에서 제작진(나영석PD·이진주PD·김대주 작가)은 스페인 테네리페섬 가라치코 마을의 따뜻한 동네 분위기를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촬영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오히려 제작진에게 먼저 아는 척을 하며 살갑게 대해 ‘윤식당2’ 멤버들이 실제 이웃이 돼가는 과정을 그리기가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제작진의 판단이 맞았습니다. ‘윤식당2’의 한 손님은 배우 이서진에게 이름을 물으며 재방문을 약속했고, 배우 정유미는 영업 전 식료품 가게에서 주민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제작진에 따르면 ‘윤식당2’은 방송 후반부 동네 사랑방처럼 변해가며 멤버들이 가라치코의 이웃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합니다. 현지인이 외부인에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에 따라 촬영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데, 다행히 가라치코 시장과 마을 사람들은 ‘윤식당’의 등장을 즐겁게 받아들였습니다. 가라치코 시장은 ‘윤식당2’ 취지를 좋게 보고 촬영 허가 등 행정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습니다. 촬영 장소인 호텔의 주인은 내부 개조가 진행 중일 당시 종종 현장을 찾아 기존 가게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만족해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가구와 소품들을 들여오지 못해 고민에 빠진 미술팀을 구제해준 것도 가라치코 사람들이었습니다. 미술팀은 가라치코 마을을 샅샅이 뒤져 수제 공예품을 구했고 가구와 간판을 주문제작했습니다. 식탁의 경우 옛날에 유행하던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관련 기계를 보유한 업체를 수소문하느라 고생했다고 합니다. 식탁은 불과 2~3주 만에 제작해 가게 안에 들였습니다. 수제 타일로 만든 간판과 실내 벽장식은 샘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좀 더 연한 색으로 구워달라”는 등 여러 차례 재작업을 요청해 타일 장인이 진땀을 뺐다는군요.
실내 벽걸이 장식과 도자기 소품을 구입하게 된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윤상윤 미술감독이 ‘윤식당’ 콘셉트에 맞는 물건을 찾아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들린 가게에서 수염이 새하얀 수공예 장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우리가 흥미로워하니 아래층의 작업장과 창고까지 다 열어서 보여주더군요. 기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깎아서 만드는데, 기념품 가게보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특유의 손맛이 있었어요. 그 가게에서 소품을 굉장히 많이 들여왔죠. 임기응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소품이 딱 들어맞아 톡톡히 도움이 됐어요.”
온라인에서도 현지인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스페인에 사는 유명 한인 블로거 ‘산들무지개’가 수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네티즌은 “와 우리가 방송에 나온다”, “한국인들이 우리 가라치코를 정복하고 있다”는 등 들뜬 반응을 보이며 촬영을 반겼습니다. 테네리페 섬의 일간지에 기사가 실리고, 가라치코 시 공식 SNS에도 언급된 것을 보면, 확실히 그들에게 ‘윤식당2’은 단조로운 일상을 탈피하는 ‘깜짝 이벤트’가 됐나 봅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