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22일 밤은 너무 허무했을 것이다. 금메달 3개가 걸려 있던 쇼트트랙이 빈 손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지막을 끝냈으니 말이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크다는 말이 딱 맞다. 예전 올림픽으로 치자면 3관왕(2006년 토리노 안현수ㆍ진선유)만 안 나왔을 뿐이지 사실 이 정도 성적(금3ㆍ은1ㆍ동2)도 잘 한 것이다. 특히 1,500m에서 (임)효준이가 금메달을 따고 500m에서도 메달 2개(은ㆍ동)를 딴 남자는 4년 전 소치의 노메달의 굴욕을 말끔히 씻어낸 큰 수확이다.
여자는 기대가 너무 컸다. 올림픽 직전 월드컵을 휩쓴 (최)민정이가 전 종목 세계랭킹 1위였으니 그럴 만도 했고,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이라 국민적인 관심과 쇼트트랙을 바라보는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대부분 올림픽 첫 출전인 신예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보란 듯이 전 종목 결선에 진출했다. 몇 차례 실수로 더 많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쇼트트랙에서의 충돌 등 변수는 불가항력이다. 대비나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운에 맡겨야 한다.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친다는 가정 하에 준비를 할 수밖에 없고, 기량만큼은 이번에도 세계 최강임이 입증됐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대회를 지켜보면서 쇼트트랙이 이제 평준화가 됐다는 걸 새삼 느꼈다. 특히 유럽의 강세가 돋보였다.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우다징(중국)의 경우 세계 신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치우는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한국의 ‘금메달 보증수표’라 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그런 부담과 악재를 뚫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국민들의 뜨거운 함성과 익숙한 빙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안방 올림픽은 선수로서 솔직히 부러웠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올림픽만 끝나면 다소 시들해지는데, 동계 종목에 대해 더 많은 격려와 응원과 지원을 부탁 드린다. 나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후배들과 열심히 경쟁해볼 생각이다.
이정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ㆍ2010년 밴쿠버 올림픽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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