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선수의 부모들도 꼭꼭 숨었다. 스킵 김은정의 고향 경북 의성 봉양면 분토리 주민들도 취재진이 하나 둘씩 찾아와 “김은정 선수의 부모님은 어디에서 경기를 지켜보느냐”고 물으면 “우리도 연락이 안 된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분토리 주민들은 23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준결승 한일전을 찾아 처음으로 현장에서 직접 응원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7시께 강릉에 도착한 이들은 의성군 여성농민회에서 제작한 ‘金과 함께 헐~ 헐~’, ‘은정아~분토 골짜서 평창까지 응원하러 왔데이…’, ‘김과 함께, 이제 꽃길만 걷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과 응원 피켓을 들고 응원전을 펼쳤다. 우리 선수가 스톤을 던질 때는 ‘간다, 간다, 간다’, ‘친다, 친다, 친다’, ‘나가, 나가, 나가’ 등을 외쳤다.
분토리 주민들의 열띤 응원전에 취재진도 한 두 명씩 꾸준히 찾았다. 묻는 말은 김은정 부모가 어디 앉았는지였다. 취재진 질문이 거듭되자 주민 한 명이 손가락으로 김은정의 부모가 자리한 방향을 슬쩍 가리키려고 하자, 다른 주민이 “알려주면 안 된다”고 다급히 제지하기도 했다.
이후 또 다른 취재진이 찾아오자 “우리도 어디 있는 줄 모른다”, “전화가 안 된다”고 모른 척을 했다. 김은정의 어머니 김영미씨의 친구인 김애자씨는 “아직 대회 중이라서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김애자씨는 “은정이 덕분에 올림픽도 볼 수 있다”며 “은정이가 대표팀에 밀려날 때마다 엄마도 마음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올림픽 대표에 뽑혔다. ‘마늘 소녀’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여자 컬링의 인기는 현재 하늘을 찌르고 있다. 평소에 컬링을 몰랐던 사람도 경기장을 찾고, 경기 중 많이 불린 이름 영미는 ‘국민 영미’가 됐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장범식(57)씨는 “컬링을 잘 몰랐는데, 올림픽을 보면서 관심이 생겨 규칙도 공부했다”며 “의성의 작은 마을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노리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성남에서 온 여운철(60)씨는 “설 연휴 때 온가족이 모여 TV 중계로 다 같이 컬링을 봤다”면서 “힘 있게 소리 지르고, ‘영미~’를 부르는 것이 흥미로웠다. 컬링을 잘 모르는 아내도 ‘영미’는 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컬링이 많이 알려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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