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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몰라요” 원정응원 온 의성 주민들, 안경선배 부모 꼭꼭 숨겨

입력
2018.02.23 22: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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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분토리 주민들이 2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일본과 준결승에서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분토리 주민들이 2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일본과 준결승에서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여자 컬링이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선수의 부모들도 꼭꼭 숨었다. 스킵 김은정의 고향 경북 의성 봉양면 분토리 주민들도 취재진이 하나 둘씩 찾아와 “김은정 선수의 부모님은 어디에서 경기를 지켜보느냐”고 물으면 “우리도 연락이 안 된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분토리 주민들은 23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준결승 한일전을 찾아 처음으로 현장에서 직접 응원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7시께 강릉에 도착한 이들은 의성군 여성농민회에서 제작한 ‘金과 함께 헐~ 헐~’, ‘은정아~분토 골짜서 평창까지 응원하러 왔데이…’, ‘김과 함께, 이제 꽃길만 걷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과 응원 피켓을 들고 응원전을 펼쳤다. 우리 선수가 스톤을 던질 때는 ‘간다, 간다, 간다’, ‘친다, 친다, 친다’, ‘나가, 나가, 나가’ 등을 외쳤다.

분토리 주민들의 열띤 응원전에 취재진도 한 두 명씩 꾸준히 찾았다. 묻는 말은 김은정 부모가 어디 앉았는지였다. 취재진 질문이 거듭되자 주민 한 명이 손가락으로 김은정의 부모가 자리한 방향을 슬쩍 가리키려고 하자, 다른 주민이 “알려주면 안 된다”고 다급히 제지하기도 했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김은정(오른쪽), 김영미 가면 피켓을 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김은정(오른쪽), 김영미 가면 피켓을 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후 또 다른 취재진이 찾아오자 “우리도 어디 있는 줄 모른다”, “전화가 안 된다”고 모른 척을 했다. 김은정의 어머니 김영미씨의 친구인 김애자씨는 “아직 대회 중이라서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김애자씨는 “은정이 덕분에 올림픽도 볼 수 있다”며 “은정이가 대표팀에 밀려날 때마다 엄마도 마음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올림픽 대표에 뽑혔다. ‘마늘 소녀’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여자 컬링의 인기는 현재 하늘을 찌르고 있다. 평소에 컬링을 몰랐던 사람도 경기장을 찾고, 경기 중 많이 불린 이름 영미는 ‘국민 영미’가 됐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장범식(57)씨는 “컬링을 잘 몰랐는데, 올림픽을 보면서 관심이 생겨 규칙도 공부했다”며 “의성의 작은 마을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노리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성남에서 온 여운철(60)씨는 “설 연휴 때 온가족이 모여 TV 중계로 다 같이 컬링을 봤다”면서 “힘 있게 소리 지르고, ‘영미~’를 부르는 것이 흥미로웠다. 컬링을 잘 모르는 아내도 ‘영미’는 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컬링이 많이 알려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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