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케네스 배 석방교섭 배석
이방카도 북측 조우 가능성 대비
한반도 제반 상황 브리핑 받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23일 방한한 미국 대표단 수행원에 앨리슨 후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후커 보좌관은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25일 방남하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구면이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미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함께 방한한 후커 보좌관은 2014년 11월 당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함께 방북한 경험이 있다. 북한에 억류돼 있던 케네스 배 등 미국인 2명 석방 교섭 차원이었다. 이때 북한 협상 대표가 정찰총국장인 김 부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안면이 있는 이들이 이번 폐회식 기간 자연스럽게 조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자문그룹에 속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클래퍼 국장이) 케네스 배를 데리러 갔을 때 후커가 수행해서 김영철과 상대했었다”며 “그 때 배석도 하고 안면이 있기 때문에 (북미 간 현안)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북미 접촉 가능성은 미국에서도 흘러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관료를 인용, “이방카는 북측과 만날 계획이 전혀 없지만 혹시라도 조우할 가능성까지 대비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제반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며 “대북정책을 논의할 준비도 완전히 마쳤다”고 보도했다.
다만 북미 접촉이 성사된다고 해도 크게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에 나서는 등 대북 강경 기류가 여전한 상태에서 백악관 보좌관이 전할 수 있는 내용의 한계 때문이다. 실제 이날 미국 대표단에 포함된 공화당 출신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은 최근 “대북 공격을 한다면 문명 사상 가장 재앙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미 의회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다. 그를 방한 대표단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북한에 던지는 미국의 강경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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