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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계 성폭력, 알고도 모른 척한 주변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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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계 성폭력, 알고도 모른 척한 주변 책임도 크다

입력
2018.02.23 19: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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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불붙은 ‘미투’ 고발이 문화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연극계, 영화계에서는 하루가 멀다시피 새로운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고 연예계 분위기도 심상찮다. 1차 책임은 권위와 위계를 이용해 몹쓸 짓을 한 가해자들에게 있지만 이를 방조하거나 모른 척한 주변사람들에게도 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난 사건인데도 이제야 드러나는 것은 이런 구조적 은폐의 결과다.

이윤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연희단거리패의 단원을 지낸 한 배우가 며칠 전 jtbc와 인터뷰에서 “이윤택 선생님이 안마를 원하니 들어가라고 한 것도 여자 선배였다”며 “여자 선배는 후배를 초이스하고 안마를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거부하자 “가슴팍을 치면서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너만 희생하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말했다”고 했다. 그 ‘여자 선배’로 지목된 현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이를 부인하자 익명으로 인터뷰했던 배우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고, 그제서야 대표는 “그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나서 벌어진 실수”라며 “상처를 준 사실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윤택 사건은 극단 사람들은 물론이고 사실상 연극계 전체가 알았지만 그동안 모두가 쉬쉬해 온 일이다.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는 연희단거리패 대표의 변명은 구차하기 이를 데 없다. 누구든 사실을 아는 사람이 일찌감치 문제제기를 했다면 이윤택의 악행이 되풀이되거나 피해자가 느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고은 시인이 표적이 된 문단 사정도 다르지 않다.

침묵한 주변사람에는 이런 문제에 둔감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당국도 포함된다. 1년 반 전 문단에서 ‘미투’ 고발이 이어졌을 때 문체부가 무얼 했는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늦었지만 문체부가 문화예술계 각 분야의 성추행ㆍ희롱 신고상담 지원센터 운영 등 대책을 마련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여성가족부도 공무원 성희롱ㆍ폭력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공공부문 특별점검, 신고활성화 등을 담은 성희롱 방지 대책을 다음주 발표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우선 당사자들이 피해 사례를 거리낌 없이 제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제보자들의 신원을 보호, 2차 피해를 막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법 당국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도록 하는 공조체제 구축도 중요하다. 가해자들이 최종적으로 법의 단죄를 피한다면 아무리 고발이 넘쳐 나도 한때의 유행처럼 이내 잊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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