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관심사 중 하나는 러시아 선수단이 국기를 들고 입장할지 여부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 때 저지른 조직적 도핑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재로 개회식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단(OAR)이라는 이름으로,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하는 수모를 당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가 폐회식 때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입장하기 위해 최근 며칠 동안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평창에서 이고리 레비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부위원장을 만난 일은 의미심장하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레비틴 부위원장의 66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회동이었다고 밝히면서도 “다른 논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며 제재 해지를 위한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레비틴 부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이기도 하다.
ROC는 IOC가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에 대해 부과한 벌금 1,500만달러도 납부했다. ROC는 22일 성명을 내 “이로써 러시아는 IOC가 제재 해제 조건으로 요구한 경제적 의무를 다했다”며 IOC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컬링 믹스더블 동메달리스트 알렉산더 크루셸니츠키(26)가 순순히 동메달을 반납한 것도 시사할 만하다. 크루셸니츠키는 고의성은 없었다면서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출석해 해명할 권리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속히 제재 해제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WSJ는 IOC 관계자를 인용 “부분적인 제재 해제는 가능할 것”이라면서 OAR 선수들이 이미 IOC가 착용을 금지한 러시아 국명이 새겨진 단복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단지 IOC가 우려하는 부분은 러시아에 제재를 결정한 지 3개월도 안돼 부분적으로라도 제재를 해제한다면 IOC가 도핑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선수단에게 국기를 들고 폐회식 입장을 허용하는 일은 IOC가 고민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면서, 도핑 의혹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NBC방송은 2021~2032년 올림픽 중계권료로 IOC에 80억달러를 지불한 반면, IOC 등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WADA의 연간 예산은 2,800만달러에 불과하다. IOC는 24일 러시아의 도핑 제재 해제에 대해 논의하는 데 폐회식 러시아 국기 허용 여부도 이날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