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불발 10여일 만에
이방카 방한 일정에 맞춰
‘북한의 이방카’ 흠집 내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향해 “지구상에서 가장 포악한 독재 정권의 몸통”,“사악한 가족 패거리의 일원” 등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10일 평창 동계올림픽 방한 기간 청와대에서 극비리에 열릴 예정이던 첫 북미간 최고위급 만남이 불발된 지 열흘 여 만에 나온 김여정에 대한 첫 언급이다. 북미 대화 무산의 책임을 김여정과 북측에게 전가 시키고, 평창 외교전에서 김여정의 이른바 미소 작전을 앞세운 북한의 평화 공세에 밀렸다는 미국 내 보수 여론을 달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 깔린 발언이란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에 맞춰 ‘북한의 이방카’로 비유되는 김여정을 부정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 보수주의연맹(ACU) 연차총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기조연설에서 김여정을 ‘악마’로 묘사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은 이 사람(김여정)이 누구이고,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재자 김정은의 여동생은 2,500만 주민을 잔인하게 감금하고, 굶주리게 하는 등 인간이 아닌 짐승 취급하듯 다루는 사악한 가족 패거리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여정이 인권 유린 행위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와 있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유엔도 동시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인권 침해 행위라고 판단했고, 우리 정부 역시 김여정이 반 인륜적 범죄를 교사한 역할이 있다고 보고 제재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를 언급하며 청중들을 자극시켰다.
대북 강경 기조도 재확인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 동시 입장 당시 내가 박수를 치고 환호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언론들이 있던데, 미국이 살인적 독재정권 편에 나란히 서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또 “우리를 위협하는 핵 탄도 미사일을 북한이 포기할 때까지 우리는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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