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밝게 웃던 ‘미소천사’ 김아랑(23ㆍ고양시청)이 뜻밖의 눈물을 쏟았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은 23일 강원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기자회견에서 헬멧에 붙였던 세월호 리본을 가린 이유를 묻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고 말씀 드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는데 (리본을 가린 것은)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팽목항에 계셨던 분들에게서 ‘고맙다’고 연락이 왔었다. 그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돼 올림픽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한참을 울었다. 그는 눈물이 멈추지 않아 잠시 뒤돌아 있어야 했다.
평창올림픽 초반 김아랑은 헬멧에 작은 노란색 세월호 리본 스티커를 부착한 채 경기를 뛰었다. 그는 이전에도 훈련복 상의 점퍼 지퍼에 노란 리본 고리를 달거나 트렁크에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였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화제를 모으고 일부에서 정치적 표현이라며 도에 넘는 비난을 가하자 지난 20일 1,000m부터 리본을 검은 테이프로 가렸다.
김아랑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로 후배들을 이끌며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어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 17일 1,500m 결승에서는 4위에 그친 뒤 금메달을 딴 후배 최민정(20ㆍ성남시청)에게 달려가 진심이 느껴지는 축하를 건네 큰 박수를 받았다. 팬들은 김아랑에게 ‘미소천사’ ‘미스스마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계주에서 바라던 우승을 차지한 직후에는 펑펑 울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걸 느꼈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김아랑은 2014년 소치올림픽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 사이 후배 심석희(21)와 최민정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지난 해 3월 경기 중 스케이트 날에 베어 얼굴 왼쪽 부위가 크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상처 부위에 밴드를 붙이고 뛰면서도 후배들을 잘 다독여 평창올림픽까지 왔다. 그는 “맏언니라고 하지만 후배들과 나이 차가 크지 않다. 제가 어렸을 때 언니들의 존재가 정말 든든했다. 후배들에게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선태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은 “여자 계주에서 다 같이 힘 모아 우승했을 때 감정이 북받쳐 선수들이 정말 예뻐 보였다. 땀 흘리면서 참아온 대가를 받은 아름다운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금1(1,500m 임효준), 은1(500m 황대헌), 동2(1,000m 서이라, 500m 임효준)을 딴 남자 팀에 대해 김 감독은 “우리 팀에 에이스가 없다는 약점이 있었는데 경험 적은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 이만한 성과를 낸 건 칭찬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강릉=윤태석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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