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창당인사차 한국당사 방문
개헌 시기 놓고 기싸움은 여전
보수의 적자 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처음으로 대면했다. 만남 직전까지 서로를 향해 “바른미래당은 배신자집단”, “한국당 문 닫게 하겠다” 등 비수를 꽂던 이들은 서로의 앙금은 숨긴 채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유승민⋅박주선 바른정당 공동대표는 창당 인사차 23일 여의도 한국당 당사를 방문했다. 유 공동대표가 홍 대표를 보자마자 “오랜만입니다”라며 악수를 건네자 홍 대표는 “축하합니다”라고 짧은 인사로 맞았다.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됐던 유 공동대표가 예방 의사를 밝혔지만 홍 대표가 거절하며 만남이 불발됐던 지난해 11월 신경전의 여운이 남은 듯한 분위기였다.
양측의 기싸움은 당장 공개발언부터 시작됐다. 개헌 문제 때문이었다. 홍 대표는 “개헌은 시기가 아니고 내용의 문제”라며 “지방선거 때 개헌을 같이 하면 정권심판 이슈는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공동대표는 “국회가 충분히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지방선거 때 못할 이유는 없다”고 응수했고, 박 공동대표도 “내용이 중요하다는 명분으로 무한정 시일을 지체해 (개헌의) 적기를 놓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 등 양당의 연대설도 주목 받고 있다. 다만 박 공동대표는 기자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서로 손을 잡아달라고 요청하자 “(홍 대표와 악수하면) 다른 당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연대한다고 할 거 아니냐”며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일단 ‘연대는 없다’고 주장하는 양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안보 이슈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목소리를 함께하며 두 당의 공통분모를 확인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김영철(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방한은 이성적 문제를 떠나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바른미래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유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불안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 (공격하기 위해) 같이 힘을 합칠 때는 확실히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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