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아시안게임 남자팀 日 꺾어
이번엔 8승1패 최강 여자팀 출격
예선기록ㆍ상대전적 등 일본 압도
“마음 비우고 예선전 패배 설욕”
2003년 2월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주최국 일본은 컬링을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할 만큼 남녀 동반 우승을 자신했다. 남녀 컬링 결승 모두 한일전이었다. NHK가 생중계 하고 왕세자 부부가 등장하는 등 요란했다.
한국 컬링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회장은 “선공인 우리가 먼저 스톤을 던졌으나 일본은 왕세자 부부가 조금 늦었다며 경기를 다시 하라는 황당한 요구도 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여자는 일본에 아쉽게 졌지만 남자가 이기며 잔칫집에 재를 뿌렸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컬링이 거머쥔 첫 우승이었다.
15년이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한일전이 성사돼 대회 최고의 흥행 카드로 떠올랐다.
김은정(28) 스킵(주장)이 이끄는 한국은 후지사와 사츠키(27) 스킵의 일본과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 컬링센터에서 맞붙는다. 김경두 전 회장은 “내 딸 같은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을 노릴 정도로 성장해 감개무량하다”고 벅차했다. 여자 팀을 이끄는 김민정 감독은 김 전 회장의 친딸이기도 하다.
컬링은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됐는데 아시아 국가 최고 성적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 중국 여자 팀이 딴 동메달이다. 나머지는 유럽과 북미가 싹쓸이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이기는 팀은 아시아 첫 올림픽 결승 진출 팀으로 기록된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예선에서 1~5위인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영국, 스웨덴을 모조리 쓸어버리며 7연승 포함 8승1패를 기록하고 1위로 4강에 올랐다. 일본은 초반 3연승을 달리다가 후반에 고전하며 5승4패(4위)로 힘겹게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예선 성적이 보여주듯 한국은 모든 기록에서 일본을 압도한다. 한국은 9경기에서 한 엔드에 3점 이상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반대로 4점을 뽑은 엔드가 2번, 3점을 획득한 엔드는 10번이다. 일본은 4점을 내준 엔드가 2번, 3점을 허용한 엔드는 4번이고 한 엔드에 4점 이상 획득한 적이 없다. 전체 샷 성공률도 한국(79%)이 일본(75%)보다 낫다. 한국은 15번 스틸(선공인데 점수 획득)에 성공했고 9번 스틸을 당했다. 일본은 13번 스틸을 했고 12번 스틸을 당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1승7패로 우세고 최근 3연승 포함 2017년에는 5번 만나 4승1패로 앞선다.
그러나 후지사와 팀은 2016년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 일본 여자 컬링 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며 일본에 ‘컬링 붐’을 몰고 온 저력 있는 팀이다. 경기가 잘 될 때나 안 풀릴 때나 팀원 모두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아 ‘해피 재팬’으로 불린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한국에 유일한 1패를 안긴 팀이다.
이번 한일전의 스킵 대결도 관심사다. 컬링에서는 마지막 두 개의 스톤을 던지는 스킵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큰 안경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로 “영미”를 외쳐 국민 스타가 된 김은정은 샷 성공률이 78%로 스킵 중 스웨덴 안나 하셀보리(29)에 이어 전체 2위다. 그러나 일본전에선 60%에 머물렀다.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인 장반석 MBC 해설위원은 “김은정이 실수한 두 개의 샷 외에 경기 내용은 우리가 일본을 이기는 경기였다. 준결승에서도 다른 나라와 상대한 것처럼만 하면 된다”고 기대했다. 김민정 여자 팀 감독도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서 예선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우린 설욕이라는 마음을 버리고 준비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강릉=윤태석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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