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동의 등 적극 행보 동시에
GM본사의 차입금 상환 압박도
노조와 간담회선 강압적인 자세
“책임 떠넘길 명분 쌓기용” 분석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해 세 번째 방한한 제너럴모터스(GM) 배리 앵글 사장이 연일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앵글 사장은 정부와 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나 지금까지 GM이 반대하던 한국GM 경영상태 실사에 동의하는 등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GM 본사의 차입급 상환을 압박하며,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반대하면 실현될 수 없는 한국GM 재산에 대한 담보설정을 고집하고 있다. 앵글 사장과 만난 우리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앵글 사장이 구체적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심을 파악하기 힘든 이런 모습을 놓고 일각에서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인 후, 향후 한국 정부와 협상이 실패할 경우 책임을 한국에게 넘기려는 명분 쌓기용 방한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앵글 사장은 19일 방한해 국회 여야 의원들을 만난 데 이어, 이동걸 산업은행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한국GM 노조 간부 등과 각각 면담을 했다. 한국GM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을 숨가쁘게 만난 것이다. 앵글 사장은 부산 출장일정 때문에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만날 수 없다고 하자, 부산까지 찾아가겠다며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앵글 사장은 지난달과 이달 초 두 번의 방한에서도 이 행장, 백 장관, 고 차관, 유정복 인천시장, 청와대 관계자 등을 만나 투자를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당시 GM이 투자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자, 이번 방한에서는 공개적 행보를 통해 제안을 공식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앵글 사장은 “협조와 지원이 있으면 2종의 신차를 배정하겠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 자구안이나 우리 정부에 제시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하는 지원 조건을 꼼꼼히 캐물었지만, 정확한 방안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고 말했다.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한국GM 노조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내내 강압적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을 이달 내로 시작하지 않으면 3월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며 “앵글 사장이 노조에 성과급 포기, 기본급 동결 등을 요구하는 것이, 혹시 철수 후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속셈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전 세계 공장들에 대한 신차 배정을 조만간 결정하게 된다”며 “앵글 사장이 귀국 직후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에게 제출할 보고서가 한국GM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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