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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실격하고… 3번째 도전서 첫 메달 딴 황대헌

입력
2018.02.22 22: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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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올림픽 치른 고교 괴물

월드컵 랭킹 전 종목서 최상위권

1500mㆍ1000m 2번 좌절했지만

500m서 은… “만족 않고 더 노력”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이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이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고교 괴물’ 황대헌(19ㆍ부흥고)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지독한 불운을 날리며 자신의 첫 메달을 은빛으로 장식했다.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2ㆍ한국체대)은 동메달을 추가했다. 한국이 남자 500m 에서 두 개의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대헌과 임효준은 22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2,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은 세계랭킹 1위 우다징(중국)에게 돌아갔다.

올림픽 500m에서 채지훈이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안현수가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적은 있지만 두 명이 동시에 메달을 딴 적은 없다. 또 남자 500m에서 메달을 딴 것도 2010년 밴쿠버올림픽 성시백 이후 8년 만이다.

생애 첫 올림픽을 치른 황대헌에게는 그토록 원했던 올림픽 메달이었다. 이번 올림픽 직전 황대헌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즌 랭킹은 1,500m 1위 1,000m 2위, 500m는 4위 등 전 종목에 걸쳐 최상위권이었다. 팀 동료인 임효준이나 서이라 보다 훨씬 높다. 당연히 평창올림픽에서의 기대감은 상당했지만 올림픽 초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 10일 1,500m 결선에서 넘어지며 눈앞에서 메달을 놓쳤다. 자신이 세계신기록을 갖고 있는 1,000m에서는 대진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팀 동료 서이라, 임효준과 함께 뛴 ‘지옥의 조’에서 실격하면서 준결승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황대헌은 2번이나 좌절했지만 “1년 중에 그냥 흘러가는 하루였을 뿐”이라며 다시 일어섰고 3번째 도전인 500m에서 그토록 바라던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황대헌과 임효준은 결승 레이스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우다징의 힘을 따라가지 못했다. 우다징이 경기를 주도한 가운데 황대헌과 임효준이 뒤쫓는 양상이 계속 이어졌다. 황대헌이 뒤에서 꾸준히 추월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정수 한국일보 해설위원은 “우다징이 절대 속도까지 이르는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면서 “또 우다징은 4바퀴 반을 도는 동안 어느 한 랩타임에서도 뒤처짐이 없이 일관되게 페이스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중국은 쇼트트랙 남자 전체 세부종목을 통틀어 사상 첫 금메달을 손에 넣는 쾌거를 올렸다. 이 금메달은 평창올림픽에서 나온 중국의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결승전에 앞서 열린 500m 준결승은 막판 스퍼트가 백미였다. 황대헌과 임효준은 런지웨이(중국), 사카즈메 료스케(일본)와 한 조에 편성됐다. 런지웨이는 출발 직후 선두로 나서며 인코스를 점령했다. 2위였던 임효준이 계속 추월을 시도했지만 인코스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하지만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임효준이 힘있게 뛰쳐나가면서 런지웨이를 추월했고, 3위였던 황대헌은 추월당한 런지웨이가 주춤하는 틈을 파고들며 단숨에 임효준까지 제치고 1위로 치고 나갔다.

황대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500m 1,000m 결과가 안 좋아서 힘들었지만 빨리 잊으려 노력했다”면서 “은메달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강릉=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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