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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꽈당… 한국 쇼트트랙 ‘운수 나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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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꽈당… 한국 쇼트트랙 ‘운수 나쁜 날’

입력
2018.02.22 21:5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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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금 기대했지만 ‘노 골드’

여 1000m 결승 심석희ㆍ최민정

마지막 바퀴서 추월하다 부딪쳐

나란히 중심 잃고 펜스와 충돌

남 계주 5000m도 23바퀴 남기고

임효준 넘어지며 순위 경쟁 탈락

소치 대회 이어 ‘빈손’으로 마쳐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 중 심석희와 최민정이 충돌해 넘어지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 중 심석희와 최민정이 충돌해 넘어지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 한국 쇼트트랙의 운수 나쁜 날이다. 마치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미끄러졌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여자 1,0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노 골드’는 한국 선수단이 전혀 예상 못한 시나리오다.

특히 ‘쌍두마차’ 심석희(21)와 최민정(20)이 버텼던 여자 1,000m 결승은 충격적인 결과를 남겼다. 둘은 22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마지막 바퀴에서 서로 아웃코스 추월을 시도하다가 부딪쳤다. 중심을 잃고 미끄러진 심석희, 최민정은 나란히 안전 펜스와 충돌했다.

세계 랭킹 1위 최민정과 3위 심석희가 밀려나면서 네덜란드의 쉬자너 스휠팅(1분29초778)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캐나다의 킴 부탱(1분29초956)과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1분30초656)가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 됐고, 최민정은 4위에 자리했다. 이로써 한국 쇼트트랙은 여자 1,000m 2연패에 실패했다. 최민정도 대회 3관왕을 놓쳤다.

심석희는 레이스를 마치고 링크를 돌던 최민정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먼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간 최민정은 다리를 쩔뚝거리며 “몸이 안 좋아서…”라는 말만 남기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뒤 이어 나온 심석희는 “마지막 스퍼트 하면서 충돌하고 넘어진 부분은 안타깝다”며 “(최)민정이가 혹시 다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본인은 괜찮다 하는데 마음이 쓰인다”고 후배를 걱정했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폭행 사건으로 선수촌 이탈, 주 종목 1,500m에서 넘어져 예선 탈락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심석희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항상 내 편에 서서 응원해준 가족에게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임효준이 계주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임효준이 계주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던 남자 대표팀도 에이스 임효준(22)이 2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두로 달리다가 혼자 넘어지는 바람에 순위 경쟁에서 탈락했다. 남자 계주는 지난해 11월 서울 목동에서 열린 4차 월드컵에서 1,071일 만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뒤 “평창에서도 선배들의 명성을 잇겠다”고 자신했지만 2014 소치 대회에 이어 빈손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남자 대표팀은 경기를 마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레이스를 마친 뒤 눈물을 쏟았던 임효준은 기자회견에서 어렵게 말문을 열고 “올림픽 전부터 계주만큼은 금메달 가져오자고 얘기했는데, 결승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메달 획득을 못했다”면서 “팀 동료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맏형 곽윤기(29)는 “12년 간의 (계주 금메달) 부재를 이번에 꼭 풀고 싶었는데 역시 아쉬운 결과를 보여드려 죄송하다”면서 “이번 결과를 발판으로 삼아 다음 올림픽 때는 더 단단한 팀이 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이라(26)도 “소치 대회 때보단 메달이 많이 나왔지만 마지막 날 이렇게 아쉬운 성적이 나와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고, 김도겸(25)은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는 걸 한 번 더 알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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