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남북이 만나면서 일어났던 일은 사소한 것까지 화제가 되었다. 남북의 어휘 차이와 관련하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북측 대표단의 김여정 특사가 주고받은 말도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남북 말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 뜻은 남북이 정반대더라”는 임종석 실장의 말에 김여정 특사는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며 웃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한 한 지인이 내게 물었다. “그럼 북쪽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하고 ‘낙지’는 ‘오징어’라고 하는 건가요?” 나는 앞부분은 맞는 말이지만 뒷부분은 틀린 말이라 대답했다. 그리고 남쪽에서 말하는 ‘오징어’와 ‘낙지’가 북쪽에서는 모두 ‘낙지’로 불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북쪽에서는 문어과나 오징엇과의 연체동물을 이를 때, 뼈가 있는 것을 ‘오징어’라 하고 뼈가 없는 것은 ‘낙지’라 한다. 그런데 북쪽에서 두 개의 낱말, 즉 ‘오징어’와 ‘낙지’로 구분해 부르는 연체동물을 남쪽에서는 네 개의 낱말, 즉 갑오징어(참오징어), 오징어, 한치, 낙지로 구분해 부른다. 북쪽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뼈처럼 생긴 두꺼운 석회질이 들어 있는 ‘갑오징어(참오징어)’만 ‘오징어’이고, 그 외의 ‘오징어’, ‘한치’, ‘낙지’는 모두 ‘낙지’인 것이다.
이를 보면 남북의 말에서 ‘오징어’와 ‘낙지’가 정반대의 뜻으로 쓰인 게 아니라 각 낱말의 의미 폭에서 차이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남쪽의 말에선 ‘오징어’의 의미 폭이 넓고 ‘낙지’의 의미 폭이 좁은 반면, 북쪽의 말에선 ‘오징어’의 의미 폭이 좁고, ‘낙지’의 의미 폭이 넓은 것이다. 남북의 차이는 언뜻 보면 크지만 알고 보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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