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이 신인배우 성희롱 문제로 영화 홍보 활동에서 퇴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단과 공연계를 발칵 뒤집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영화계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이다.
‘흥부’의 제작사 대표는 “영화 개봉 직전에 조 감독이 지난해 말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던 도중 신인배우를 성희롱한 사실을 제보로 알게 됐다”며 “진상을 파악한 뒤 곧바로 조 감독을 퇴출시켰다”고 22일 밝혔다.
조 감독은 언론 인터뷰 첫 날 일정까지 소화했으나 그날 밤 제작사에 성희롱 제보가 들어와 곧장 다음날부터 모든 홍보 일정에서 배제됐다.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는 물론 직접 극장을 찾아가 관객을 만나는 무대인사에서도 빠졌다. 제작사 대표는 “성희롱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조 감독에게 강력 조치하겠다고 통보한 뒤 조 감독과의 모든 연락을 끊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의 성희롱 사실은 피해자 B씨가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에 글을 올렸지만 당시엔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상황은 아니어서 공론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B씨가 조 감독에게 받은 해명성 메시지를 추가로 공개하면서 조 감독과 작업한 제작사에도 이 사실이 전달됐다.
B씨는 “배우 지망생, 모델 친구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알려 달라”며 지난해 12월 뮤직비디오 오디션 자리에서 조 감독에게 직접 들은 성희롱 발언을 적었다. 이 글에 따르면 조 감독은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 준비한 애들 널리고 널렸고, 다 거기서 거기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거 같아? 영화 영상이라는 거는 평생 기록되는 거야.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 등 오디션과는 무관한 성적인 발언을 했다. 또 음주를 하는지를 묻고는 “오늘 말고 다음 번에 또 만나자. 술이 들어가야 사람이 좀 더 솔직해진다. 나는 너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다”라는 말도 했다.
이후 조 감독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는 B씨는 “1월 중으로 감독을 밝히지 않고 글을 게시했으며 저 말고 피해 입은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을 게시한 뒤 조 감독으로부터 사과의 뜻과 게시물을 지워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고, 조 감독이 그 사과 문자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문제가 불거진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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