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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쇼크’ 후폭풍… 방송계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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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쇼크’ 후폭풍… 방송계가 떨고 있다

입력
2018.02.22 17:3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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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민기가 2013년 MBC드라마 ‘황금빛 무지개’ 제작발표회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MBC 제공. MBC 제공
배우 조민기가 2013년 MBC드라마 ‘황금빛 무지개’ 제작발표회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MBC 제공. MBC 제공

“신인 여배우들 성추행 일삼던 000 PD, 이 참에 커밍아웃할까요?” “000 대표에 의해 술집 불려 다니다 그만둔 아이돌 연습생이 떠오르네요.”

22일 새벽 방송계 여성 관계자들의 모바일채팅방은 뜨거웠다. 언론사와 방송사, 홍보사, 연예기획사 등의 관계자들이 참여한 여러 채팅방에선 그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갔다. 배우 조민기가 여제자들을 오피스텔로 불러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방송연예계는 충격과 함께 또 다른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방송가 여성관계자들은 “조민기 사태가 충격적이긴 하지만 방송연예계는 그보다 더한 사례가 넘쳐난다”고 입을 모은다. 연출하는 작품에 신인 여배우가 출연할 때마다 노골적으로 치근대는 드라마PD, 술자리에 여자만 있으면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웃는 예능PD, 연예계의 술 문화에 멍든 아이돌그룹 지망생 등 방송연예계 전반에 퍼졌던 익숙한 사연들이 또 다시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방송가 여성들이 성폭력과 관련해 목소리를 모으기는 2009년 연예계 성상납 문제로 비화됐던 ‘고 장자연 사건’ 이후 9년 만이다.

방송가 여성 관계자들은 오래 전부터 채팅방이나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방송연예계에서 소문난 ‘성추행 상습범’들의 신상을 공유하고 있다. “000을 조심하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20년차 방송작가 A씨는 “방송가의 성희롱 발언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 방송사 PD는 ‘목욕탕에선 내가 신이다. 구렁이만한 걸 달고 다니니까’라며 들어줄 수 없는 성적 농담을 밥 먹듯이 한다”고 전했다.

방송가에선 조민기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미투’에 동참해보자”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안으로 곯게 나둘 게 아니라 바깥으로 터트려 성폭력의 뿌리를 뽑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한 드라마홍보사 대표는 “여러 사례들을 우리만 공유할 게 아니라 밖으로 알려 근절시켜야 한다는 애기들도 나오고 있다”며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연극계에서 퇴출되는 걸 보면서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가에서 ‘미투’ 운동이 벌어질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방송연예계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남성 위주 권력구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스타 애슐리 쥬드가 처음 폭로해 알려졌듯, 톱스타나 유명인이 나서줘야 방송연예계의 ‘미투’ 운동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 전력이 있는 중견배우들이 선생님으로 존경 받고 군림하는 곳이 국내 방송연예계”라며 “소극적일지라도 조민기 사태는 이런 관대했던 잣대를 바꾸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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