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순조로운 메달 레이스(은 3ㆍ동 1)를 펼치고 있다. ‘빙속 괴물’ 김민석(19)이 13일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16일 ‘빙속 여제’ 이상화(28)의 여자 500m 은메달, 18일 차민규(25)의 남자 500m 은메달, 21일 남자 팀추월의 은메달이 나왔다. 아쉬운 건 금맥을 캐지 못한 ‘2%’다.
아직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국 빙속의 주력 종목 매스스타트가 남았다. 평창올림픽에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 경쟁하는 종목이다. 쇼트트랙과 비슷해 곡선의 코너링 기술과 순간적으로 상대를 추월하는 쇼트트랙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 빙속은 쇼트트랙 선수 경력을 갖춘 정상급 이승훈(30)과 김보름(25)이 줄곧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맞춤형 훈련을 하며 초대 챔피언 등극을 준비했다. 이승훈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의 최강자다. 풍부한 레이스 경험과 힘을 비축했다가 마지막에 스퍼트를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도 확실히 올라왔다. 1만m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4위에 올랐고, 팀추월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선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아 큰 힘과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마지막 남은 매스스타트는 금메달이 목표”라고 자신했다.
매스스타트는 몸싸움이 심해 변수가 많은 데다가 네덜란드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32)도 출격한다. 크라머는 2017~18시즌 월드컵에서 한 차례도 매스스타트에 출전하지 않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크라머는 “매스스타트로 국내 대회에 몇 차례 나갔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이승훈과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가 좋다”면서 “레이스 전략은 비밀이지만 나도 막판에 스퍼트를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을 따라올 선수는 없다”며 “크라머가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전략을 펼친다고 해도 이승훈은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보름은 올 시즌 허리 부상 탓에 월드컵 랭킹 10위로 처져있지만 2016~17시즌엔 월드컵 랭킹 1위를 차지했던 강자다. 그러나 부상 여파로 인해 훈련량이 부족했고, 팀추월 경기 당시 ‘왕따 주행’ 논란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어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21일 팀추월 7~8위전처럼 매스스타트 경기 당일 홈 팬들에게 야유를 받으면 주눅들 수밖에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기억이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22일 각자의 파트너 정재원, 박지우와 함께 매스스타트 훈련을 30분간 했다. 선수들은 훈련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아무 말 없이 빠져나갔다. 남녀 매스스타트는 24일 오후 8시부터 진행된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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