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골 넣고 역전 당하고 동점골
라이벌 캐나다와 연장 3시간 혈투
나가노 첫 대회 이후 두 번째 금메달
3피리어드 정규 경기 60분, 연장 피리어드 20분. 그리고 남녀를 통틀어 올림픽 결승 사상 처음 선보인 5번의 승부치기(슛아웃)까지…
숙명의 라이벌 미국과 캐나다는 혈투를 거듭하면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0년 올림픽 노 골드’ 징크스를 깨려는 세계랭킹 1위 미국과 ‘올림픽 5연패’라는 기록을 세우려는 캐나다(세계랭킹 2위)의 승부는 그만큼 쉽지 않았다. 결국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서서야 승리의 여신은 미국에 미소를 보냈다.
22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여자 결승전에서 미국이 숙적 캐나다를 연장 승부치기 끝에 3대2(정규ㆍ연장 2대2)로 꺾고, 여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나가노올림픽 금메달 이후 20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 결승에서 2-1로 리드하다 경기 종료 55초 전 캐나다에 동점골을 허용한 뒤 연장에서 패배, 다 잡았던 대어를 놓쳤던 미국은 이번에야말로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기선은 미국이 제압했다. 1피리어드 52초를 남기고 시드니 모린이 날린 슛을 ‘아이돌’ 힐러리 나이트가 방향을 골문 쪽으로 살짝 바꾸며 선제골을 성공시킨 것. 연이은 페널티로 3차례나 숏핸디드(상대보다 선수가 한 명 적은 것) 상황에 놓이는 등 1피리어드 내내 고전한 캐나다는 2피리어드에 반격을 시작했다. 시작 2분만에 할리 어윈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곧이어 마리-필립 플랭이 공중에 뜬 퍽을 골문으로 밀어넣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리며 리드를 잡았다. 캐나다로서는 흐름을 완전히 내준 3피리어드가 아쉬웠다. 캐나다가 2선 수비를 강화하면서 ‘1골 지키기’ 작전을 펼치자 미국은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결국 3피리어드 6분20초를 남기고 모니크 라무르가 브레이크어웨이(골리와 1대 1 기회) 상황에서 네트를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각 팀 선수 한 명씩 줄여 골리를 제외한 4명의 선수가 뛴 20분간의 연장에서도 양팀은 이렇다할 득점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승부치기에 들어갔다.
승부치기도 팽팽했다. 축구의 승부차기와 같은 5번의 승부치기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똑같이 2대 2로 균형을 이뤘다. 이후 단 한번만 성공해도 승리하는 서든데스 승부치기. 6번째로 슈터로 먼저 나선 미국의 조슬린 라무르 데이비슨이 왼쪽으로 퍽을 몰다 골문 앞에서 오른쪽으로 급작스레 선회, 골리를 따돌리는 절묘한 골을 넣으며 앞서 나갔고, 캐나다의 6번째 슈터 메간 아고스타의 슛이 미국 골리 메디 루니에게 막히면서 3시간여에 걸친 혈투는 미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미국과 캐나다는 5번의 올림픽 결승전 중 4번이나 만났다. 첫 대회 나가노올림픽에서는 미국이 우승했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부터 4대회 연속으로 캐나다가 정상에 올랐다. 지난 15일 예선에서도 미국은 캐나다에 1대2로 패했다. 지난해초 남자팀에 비해 열악한 선수단 지원과 수당 문제를 놓고 미국 아이스하키협회와 분쟁을 겪었던 미국 여자팀은 우여곡절 끝에 이날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획득, 20년 동안 괴롭혔던 ‘캐나다 징크스’를 벗어나게 됐다. 캐나다의 올림픽 연승 기록도 24경기에서 중단됐다.
강릉=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