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을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ㆍ이현웅 옮김
갈라파고스 발행ㆍ372쪽ㆍ1만6,000원
정치는 무섭다. 한국이 배출한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반기문을 그리 띄워 대더니, 대선 출마한다니까 ‘유엔 역사상 최악의 사무총장’ ‘투명인간’이라는 해외 언론의 비판적 평가가 소개된다. 애국주의에 쉽게 휘둘리는 한국인들은 어리둥절하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으로 우리 독자에게 친숙한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 장 지글러가 쓴 이 책에는 그 단서들이 녹아 있다. 지글러는 2006년 코피 아난 퇴임 뒤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을 일러 “생명력 없는 엑스트라 같은 인물”이란 표현을 썼다. 지글러는 반 사무총장 당선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을 나름대로 설명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 역할론’이다. 참여정부의 균형외교가 기여했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1970년대 말 북한에서 김일성을 만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다. 지글러는 유엔의 권한 강화, 위상 회복이야 말로 세계 평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주장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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