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반군거점 동구타 맹폭
유엔 사무총장 휴전 호소에도
민간인 희생자 300명 넘어서
美는 SDF, 러는 정부군 공중 지원
터키도 쿠르드 견제 위해 軍 투입
이스라엘, 이란 막으려 공습 확대
‘생지옥’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내전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시리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외세 개입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ㆍ러시아에 이어 인접국 터키와 이스라엘까지 군사개입에 가담하면서 힘없는 시리아 시민들만 희생당하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거점인 동(東)구타를 향한 시리아 정부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21일 현재 300명을 넘어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동구타를 ‘생지옥’에 비유하며 긴급 휴전을 호소했지만, 터키와 이스라엘 등은 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따르는 정부군은 지난 18일부터 동구타에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번 공세에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거둔 최정예 ‘타이거 부대’까지 투입하며 사실상 반군의 입지를 끝장낼 기세다. 시리아인권감시단(SOHR)은 21일까지 민간인 최소 338명이 숨졌다고 집계했고 민간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 내 병원과 의료시설 13개소 이상이 폭격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현지의 한 의사는 1995년 보스니아 전쟁 중 민간인 8,000여명이 숨진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에 비유하며 희생자가 더욱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심화하는 위기에 구테흐스 총장이 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30일 휴전 결의안’의 처리를 호소했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시리아 전역에 임시 휴전이 즉각 발효되고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큰 도움이 못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군 공세를 막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 강국이 겉으로는 무차별 폭격을 규탄하고 확전 자제를 말하지만, 뒤로는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IS 몰락에도 불구, 미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각각 시리아민주군(SDF)과 정부군의 공중 지원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란, 터키는 쿠르드 견제를 위해 자국군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군의 이번 동구타 공세는 역설적이게도 북부 반군에 대한 터키의 공세가 부추겼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들리브의 친 터키 성향 자유시리아(FSA) 반군은 터키 정규군과 함께 인접한 아프린 지역의 쿠르드 인민수비대(YPG)를 공격하고 있다. 이에 맞서 YPG 주력인 SDF가 아프린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정부측으로 돌아서자, 이들리브를 봉쇄하던 정부군은 이 틈을 타 주력을 움직여 동구타를 끝장내려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최근 시리아 개입을 본격화했다. 지난 10일 이란산 무인기가 골란고원에 침입했다며 민병대를 표적으로 시리아 내전 발발 이래 최대 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침입에 대한 보복이라지만, 실제로는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시리아 친정부 민병대를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시리아의 복잡한 동맹양상은 미군 전투기가 러시아 병력을 공습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냉전시대에도 제3세계 분쟁지역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대립한 경우는 없다.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은 지난 7일 데이르에조르 근방에서 SDF 기지를 공격해 오는 시리아 정부 측 병력을 폭격했는데, 사망자 가운데 러시아 병사가 끼어 있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들이 “정부 허가 없이 움직인 ‘용병’”이라며 파문을 진화했지만, 자칫 미ㆍ러간 대립으로 비화할 뻔한 상황이었다. ‘공공의 적’ IS가 무너진 후 시리아가 또다시 주변 강국들의 대리 전장으로 전락하면서 희생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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