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무고한 젊은 여성을 납치해 성 노예로 삼거나 인질로 잡아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사태의 재연이 우려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저녁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요베주 다프치 마을의 여학생 기숙학교를 급습했다. 정부군으로 위장한 채 트럭을 타고 마을로 진입한 보코하람 대원들은 학교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테러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졌으며, 50명이 넘는 여학생들이 행방불명 상태다. 압둘라 베고 요베주 주지사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내고 “총 926명의 학생 중 5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보코하람은 4년 전에도 치복 지역에서 젊은 여성들을 납치한 바 있는데 당시의 끔찍한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우려처럼 외신들은 이번 실종자들도 보코하람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총 소리를 듣고 인근 마을로 도망쳤다 생환한 아이샤투 압둘라는 “그들(보코하람)이 몇몇을 차에 태우는 걸 봤다”고 말했다. 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군이 테러리스트들로부터 76명의 학생을 구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나이지리아 당국은 실종자들의 소재와 관련해 신뢰할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보코하람의 납치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며 2009년부터 무장투쟁 중이다. 보코하람과 정부군의 전투가 장기화하면서 지금까지 2만명 이상이 숨지고 200만명은 고향을 떠났다. 특히 보코하람은 2014년 4월 보르노주 치복 소재 여중을 급습해 276명을 집단 납치,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100여명은 현재까지도 피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코하람은 여학생들을 납치해 자폭 테러단으로 육성하거나 보코하람 대원들과 강제 결혼시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들을 인질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정부와 협상해 지난해 5월엔 80여명을 풀어주고 그 대가로 구금된 보코하람 지도부를 석방시키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일단 최선을 다해 실종자들을 귀환시킨다는 방침이다.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21일 밤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든 힘을 동원해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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