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한사군 위치 문제를 두고 좌초돼 ‘유사역사’ 논란을 거세게 불러 일으켰던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재개된다.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고사 문제,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 등 지난 4~5년간 재단이 외풍에 휘둘린 측면이 있다”며 “동북아역사지도 문제의 경우에는 내용 검토를 통해 단계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은 중국 학계가 만든 역사지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에 맞서, 우리 손으로 역사 지도를 만들어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가령 ‘무슨 왕 재위 몇 년’으로 찾으면 당시 동북아 지역 지도가 표시되는 방식이다. 그간 쌓아온 우리 학계의 역량이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10여년 동안 40억여원의 자금이 투입됐으나 2016년 갑자기 중단됐다. 역사학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상고사 강화방침과 여기에 호응한 유사역사 계열의 반대, 정치권 일부의 문제제기 때문에 좌초된 것이라는 반박이 터져 나왔다.
김 이사장은 “형식논리상 지난 정부 아래 재단이 ‘출판 불가’ ‘향후 자체제작’이란 결론을 내려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다시 쓸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10여년 동안 공을 들인 작업인 만큼 올 하반기부터 검토를 거쳐 문제 없는 부분들부터 다시 되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3년 내 전체 공개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고대사 등 유사역사에 물든 정치권의 압박이 심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견을 전제로 “지도 위에다 텍스트를 함께 쓰는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의 방식을 원용해볼 생각”이라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외에도 ‘공유’ 강화를 강조했다. 일단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역사 관련 기관들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관별로 따로 놀지 말고 연구 자료, 정보 등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역할 분담할 생각이다. 내년 ‘대한민국 100년’을 위한 공동 사업도 구상 중이다. 또 한중일 역사화해를 위한 한일간, 한중간 전문가 포럼 구성도 추진 중이다. 남북 학술교류도 추진한다. 김 이사장은 “오랜 교류 경험 때문에 남북학술계간 상호신뢰는 탄탄한 만큼 정치적 여건만 따라준다면 다양한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