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추천한 한국GM 사외이사들이 한국GM 이사회에서 본사 차입금에 대한 담보 설정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22일 업계와 산은 등에 따르면 한국GM 사외이사들은 2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표명키로 했다. 당일 이사회에서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GM본사 차입금 5억8,000만 달러의 만기 연장과 이 차입금에 대한 담보 설정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 2건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담보의 내용은 한국GM의 부평공장, 산업은행의 지급보증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부평공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사회는 GM 측 사외이사 7명과 산은 측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산은 측 사외이사 3명은 두 안건 모두 반대할 명분이 없어 찬성은 하되, 별도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담보 설정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고, 만기 연장안에 대해서는 “이자율이 높아 회사 적자의 원인이 되고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니 이자율을 낮춰달라”고 요청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GM 측은 “우리보다 더 저렴한 이자를 제시하는 산은이나 다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든지, 아니면 담보제공이나 산은의 연대보증 등 대안을 내지 않는 한 이자율을 낮출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산은은 임시 주총에서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공장 담보 설정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지분 8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될 수 있다. 한국GM 지분을 17% 보유한 산은이 주총 특별결의사항에 대한 비토권이 있어 산업은행이 반대하면 담보 설정 안건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산은은 이미 공장 담보 제공을 거절한 바 있다. GM은 2015∼2016년 한국GM에 운영자금을 지원하면서 공장을 담보로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산은은 공장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유사시 공장 처분에 대한 결정권이 GM으로 이전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GM이 주총에 해당 안건을 상정했으나 산은은 비토권을 행사에 부결시켰다. 대신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 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했다.
GM이 이번 안건 역시 부결될 것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공장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안건이 가결•부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건이 가결되면 GM은 담보로 확보한 부평공장에 대한 처분권을 확보하게 되고, 부결되면 한국GM의 유동성 위기 상황의 책임을 산은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개최 통보만 받은 상태라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도 “담보 관련 안건이면 주총에서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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