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ㆍ월계ㆍ성산아파트 주민들
정부 안전진단 강화에 반기
“모래 퇴적물 위에 지은 집
구조물의 단단함만 평가 불합리
내진설계 안된 부분 반영하고
적용 1년 유예해 달라” 주장
“정부가 때려 잡으려는 강남3구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상태여서 강화될 조치를 모두 빠져나가는데, 비(非)강남권인 우리가 왜 앞으로 몇 십 년을 더 녹물을 쓰고 지진에 불안해 하며 쥐를 반려동물 삼아 살아야 하나. 더 이상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서울 양천ㆍ노원ㆍ마포구의 노후 아파트 주민 10만여명이 21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에 반발하며 공동 투쟁을 벌이자는 데에 뜻을 함께 했다. 전국 재건축 아파트 중 최대 규모(2만6,635가구)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주민뿐 아니라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3,930가구)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미성ㆍ미륭ㆍ삼호3차), 서울 서부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건축 단지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3,710가구) 주민들도 합류했다. 단순 합산하면 3만4,275가구가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이들 세 곳은 아직 정식 조합도 설립되기 전이어서 조합원 협의체 형태인 양천발전시민연대(양천)ㆍ월계 재건축추진위원회(노원)ㆍ서부지역발전연합회(마포) 등 세 기구를 중심으로 향후 공동 대응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천발전시민연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시행령을 1년 유예하지 않는 한 공동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공동 투쟁에 합류하고 싶어하는 재건축 단지 주민들을 더 규합해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6월 지방선거에서 낙선 운동 등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종식 서부지역발전연합회장은 “현 정부와 서울시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개발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정당한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이번 선거에 나올 시장 후보들의 재건축 공약을 판단해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 기구는 우선 ‘내진설계 관련 조항 반영 및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적용 1년 유예’를 첫 번째 공동 목표로 정했다. 또 국토부 정책 담당자 면담을 공식 요청하고 동시에 서울시와 구청에도 주민 의견을 취합한 공동 항의 서한 등을 전달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대응책을 주문하는 한편 국회 및 정당 방문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양천구와 노원구 주민들은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에서 구조안전성 항목을 50%로 강화하면서 개별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지형적인 불안전성을 간과한 것에 대해 불만이 컸다. 한강변의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와 중랑천변의 월계시영아파트는 모두 모래 퇴적물 위에 지어진 대단위 아파트다. 단순히 구조물의 단단함 만으로 재건축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상길 월계 재건축추진위 총무는 “국토교통부 발표 이후 주민들이 ‘아파트 한 동이 무너져 우리가 죽어 나가야 정부가 알아 주는 거냐’고 극도의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며 “쥐를 잡기 위해 할 수 없이 고양이를 키우며 살아 온 주민 입장에선 내진설계가 안 된 부분을 평가에 적절히 반영하지 경우 어떤 행동이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건축 정책에 대한 반발은 국민청원으로 번졌다. 아이디 ‘naver - ***’를 쓰는 네티즌은 전날 청와대 온라인 청원 게시판에 ‘서울시의 강남북 및 동서간 개발 차별 반대 및 균형 발전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과 강서는 소방차도 못 들어가는 외진 도시로 물려줘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냐”며 “강서ㆍ강북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경선에서부터 지방선거까지 우리의 생각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글은 이날 오후 7시까지 총 1,422명이 동의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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