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태생의 장영준(32)씨는 울산에서 학교를 모두 마치고 원하던 회사에 취직했지만 까닭 없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평소 꿈꾸던 직장문화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결국 장씨는 지난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선택했다. 영양에서 고추농사와 과수원을 하는 부모를 따라 농사를 시작했지만 판로개척 등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그가 귀농의 어려움을 피부로 실감할 때 청년모임에서 우연히 안동시의 ‘청년상인지원 및 청년몰 사업’ 얘기를 듣고 신청하게 됐다.
그는 안동시로부터 1년 점포 월세와 인테리어 비용의 60%인 1,000여만원을 지원받아 33㎡ 남짓한 스테이크전문점을 열었다. 저렴하고 맛있는 스테이크를 선보인 그는 개업 8개월 만에 매출 6,000만원을 달성했다. 터전을 닦은 그는 올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질 생각이다.
장씨는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아 창업했다”며 “회사는 꼬박꼬박 월급을 주지만 이 사업은 스스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동시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2년째 추진 중인 ‘청년상인지원 및 청년몰 사업’이 활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안동 중앙신시장에는 커피와 토스트, 스테이크 전문점 등 10개 점포에 청년 CEO가 탄생했고, 올해는 청년몰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다 청년이 터를 잡으면 결혼과 출산이 늘어나 인구감소를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안동시 송현동에 사는 권달우(40)씨도 지난해 초 시장 안에 커피와 토스트 전문점인 ‘착한 부엌’을 열었다. 시장 상인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그는 고객층을 외부에서 찾는 대신 370여개 점포 상인들로 정했다. 카페가 없었던 중앙신시장의 틈새시장을 노린 결과 개업 8개월 만에 매출 4,000만원을 올렸다. 권씨는 “창업은 인테리어와 아이템이 좋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판로개척과 상품개발 등 다양한 자구책을 찾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지난해 도입한 청년상인지원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청년몰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15억원을 들여 20개 청년점포를 더 만들기로 하고 공모를 통해 돈가스와 우동, 1인 가정식, 웰빙국수, 마빵, 닭발 등 18개의 다양한 점포를 선발했다. 올해 4월까지는 개별 점포 리모델링과 공동구역 기반 조성공사가 진행되고, 6월 전까지 모든 점포가 문을 연다. 시는 청년점포가 둥지를 튼 중앙신시장 일대를 유럽풍으로 꾸며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조명희 안동시 일자리경제과장은 “초고령화로 인구절벽에 부딪힌 지방이 살아남는 길은 ‘청년’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새로 유입돼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동=글ㆍ사진 권기웅기자 Iucy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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