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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사 '박정희 현판' 안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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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사 '박정희 현판' 안 내린다

입력
2018.02.2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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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 문화재청 제공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 문화재청 제공

충남 아산 현충사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을 내리지 않게 됐다. 문화재청은 21일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같이 결정했다.

현충사는 박정희 정부에서 추진한 성역화 사업에 따라 1960년대 지은 신 현충사와 일제강점기인 1932년 만든 구 현충사로 구분돼 있다. 구 현충사는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1868년 헐린 사당을 국민 성금으로 다시 지은 것이다. 구 현충사엔 숙종이 1707년 쓴 한자 현판이 걸려 있다. 사당이 헐릴 때 충무공 후손이 떼내 보관했던 것이다. 신 현충사엔 박 전 대통령의 현판을 제작해 걸었다.

이순신 종가 15대 맏며느리인 최순선(63)씨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현판 대신 구 현충사의 숙종 현판을 옮겨 달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난중일기’를 비롯한, 현충사에 기탁한 충무공 유물을 전시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압박했다.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가 박 전 대통령 현판 철거에 반대하면서 문중 갈등으로 번졌다. ‘독재자 친필 현판’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뜨거워졌다.

숙종이 쓴 현판. 문화재청 제공
숙종이 쓴 현판.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위원회는 "1967년 지은 새 사당에 숙종의 현판을 거는 것은 그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건물과 현판의 일체성을 훼손하며, 후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상 유지 결정을 내렸다. 현충사는 충무공 이순신이 무과 급제 전까지 산 터로, 조선 숙종 때인 1706년 사당이 들어섰다. 문화재위는 경북 안동 도산서원의 일본 특산종 나무인 금송을 사당 밖으로 옮겨 심기로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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