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보다 큰 이슈는 없다
수출 꺾이면 경제 직접적 영향”
올해 3%대 성장 빨간불 전망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보호무역 정책이 예상보다 강해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보다 큰 이슈가 없다”, “걱정을 떨칠 수 없다” 등 강도 높은 표현도 썼다. 통화정책 수장이 문제를 공개 지적할 정도로 급박하게 악화된 상황에 3년 연속 3%대 성장을 내다보던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총재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한국-스위스 통화스와프 계약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강해지고 있고 예상도 웃도는 수준”이라며 “수출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데 (미국 보호무역 정책 탓에) 수출이 꺾이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할 통상외교를 정부에 주문하면서 “대통령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이것보다 큰 이슈도 없다”며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신중한 태도로 정평이 난 이 총재가 강력한 톤으로 미국 무역규제를 경고한 것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이 입을 타격을 염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와 고용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지난해 성장률 3.1% 가운데 2.0%포인트를 책임졌던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경우 성장세 지속을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는 예상 가능한 변수였다. 한은 또한 지난달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측한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며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수출 부문의 주요 위험요인(리스크)으로 꼽았다. 대미 수출의 직접적 제약을 넘어 미중 통상갈등 심화에 따라서는 중간재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대중수출 또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대미 자동차 수출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일각에선 한은이 미국 무역규제 강도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은이 향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은 아직 미국의 현행 무역규제 수준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병호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이번에 수출규제 대상이 된 철강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 5,737억달러 중 30억~40억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한국산 철강은 예전부터 미국의 무역규제 대상이었던 터라 유정용 강관을 제외한 품목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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