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비밀리에 회담을 추진했다는 얘기가 미국에서 나와 그 배경과 향후 파장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접촉은 우리 정부의 기획과 조율하고 북한과 미국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3박자를 맞춰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북한이 막판에 트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한다. 북미가 대화의 입구까지 갔던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폐회식 공간을 이용한 3각 하모니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으나 북한이 회담 두 시간 전에 갑작스레 취소했다고 한다.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아 북한의 속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내내 대북 압박 행보를 거듭했던 점으로 미뤄 북한이 막판에 자존심을 내세워 틀어버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이런 언론보도를 확인한 가운데 북미회담은 애초에 청와대가 기획하고 조율에 나섰다고 한다.
북한이 북미회담에 적극적 의지를 밝힌 점도 의외지만 줄곧 강경한 입장이던 미국이 대화 제의를 수용했다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미국이 펜스 부통령 출발 이전에 북한의 입장을 확인하고 수용 방침을 정했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미국은 북한이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유감스러워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피력하면서 북미대화 재시도에 대한 전망도 밝아졌다.
미국의 유연한 입장에 비춰 보면 북미대화 성사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는 셈이다. 대북 제재와 압박의 강공태세를 견지하면서 북한에 대화 시그널을 보내는 미국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북한은 또다시 외교군사적으로 상당 기간 최대의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장녀인 이방카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보내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고위급 인사를 내려 보내고 지난 번처럼 막판에 자존심만 내세우지 않는다면 역사적 북핵 담판은 바로 시작될 수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 나와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미북 간 건설적 대화를 적극 견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북미대화로 연결시킬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는 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평창올림픽 폐회식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유예키로 한 패럴림픽도 내달 18일면 끝난다. 우리 정부의 중재 외교 공간과 미국이 인내할 시간이 그리 크거나 길지 않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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