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일본유신회’ 거점인데다
아베 지지 커 정치적 배려한 듯
일본 정부가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장소를 오사카(大阪)로 결정했다. 당초 후쿠오카(福岡)가 유력하게 검토됐던 만큼 막판 오사카로 방향을 튼 과정에서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우익정당 ‘일본유신회’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19년 G20 정상회의를 오사카에서 개최한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스가 장관은 “오사카는 과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995년)를 치른 경험이 있다”며 “20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만큼 국제회의 경험과 호텔 등 숙박시설 규모, 경호문제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오카는 외국 정상들이 묵을 고급호텔이 부족하고, 도쿄는 9월부터 럭비 월드컵 개최에 따른 부담으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부(府) 지사는 “일본엔 도쿄 말고도 오사카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도시 인프라를 확충해 성공적 개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개최시기는 내년 6월말~7월초로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합리적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우익진영이 총집결해 개헌을 달성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치적 야망에 따른 선택이라는 게 일본 정가의 분석이다.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장소로 낙점되기는 했지만, 후쿠오카로서는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의 결정은 우익정당 지원을 통해 필생의 숙원인 개헌을 달성하려는 목표와 무관치 않다. 국회에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 가운데 개헌 정국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오사카가 거점인 일본유신회의 역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 9월 총재 선거 및 내년 참의원선거를 겨냥한 정국운영에서도 보수우익 민심을 잡는 게 절대적이다. 아베 총리의 한 측근은 “개헌에는 연립 공명당에 더해 유신회가 필요하다고 총리가 항상 말해왔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언급했다.
아베 총리의 결단은 오사카가 보여준 높은 지지율과도 무관치 않다. 자민당 오사카본부 측은 아베 총리에게 “오사카는 총리 배출지인 야마구치(山口)현 다음으로 지지율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에게 1차 지방당원표에서 뒤졌던 2012년 당 총재 선거에서 당시 아베 후보가 거의 유일하게 박빙을 이뤘던 곳이 오사카다.
한편 아베 총리 측은 G20 회의를 내년 7월 참의원선거 직전에 개최, 자민당의 압승을 다지는 이벤트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내년 5월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일왕 즉위식이 예정돼 새일왕과 각국 정상이 G20때 조우한다”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아베 총리의 지도력을 입증하며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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