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조사서 거짓 진술... 혐의 시인
러시아 스캔들 수사 전방위 확대
트럼프는 ‘오바마 때리기’ 시도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파죽지세다. 당초 의혹의 시작점이었던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넘어 수사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네덜란드 출신 변호사인 알렉스 판 데 즈완을 지난 16일 허위진술 혐의로 기소했다. 러시아 최대 금융기업인 알파그룹 소유주의 사위인 즈완은 2016년 9월 트럼프 캠프 참모였던 릭 게이츠와 접촉한 사실이 있으면서도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이를 부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2012년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집권당에 대한 정치 컨설팅과 관련해서 거짓진술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수사기관에서의 허위진술도 사법방해죄로 간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즈완은 이날 워싱턴 연방법정에서 열린 유죄협상 심리에 출석,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고 법원에 선처(형량 감경)를 호소했다.
미 언론들은 즈완의 기소를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그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나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에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공소사실에 등장하는 인물이 뮬러 특검의 ‘1호 기소대상’이었던 게이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뮬러 특검은 게이츠와 그의 사업파트너였던 폴 매너포트(트럼프 캠프 전 선대본부장)를 돈세탁과 불법로비, 허위진술 등 12개 혐의로 기소했었다. 트럼프 측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 규명에 있어 핵심 연결고리인 두 사람은 여전히 혐의를 시인하지 않고 있는데, 즈완의 유죄 인정 진술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즈완 기소에 대해 “뮬러 특검이 수사방해 세력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는지 보여준다”면서 “게이츠와 매너포트가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특검 수사는 이미 사건의 ‘본류’에도 성큼 다가섰다. 뮬러 특검은 지난 16일 러시아 인사 13명과 러시아 기관 3곳도 2016년 미 대선개입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기소된 인물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깊어 ‘푸틴의 주방장’으로도 불리는 레스토랑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친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특검은 지난해 12월에도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허위진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뮬러 특검 수사가 9개월간 ‘매머드급’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때리기’로 사건의 프레임을 바꾸려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까지, 그 이후에도 대통령이었는데 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라고 한 데 이어, 이날도 “나는 오바마보다 러시아에 대해 훨씬 더 강경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에 이기고자 안간힘을 쓰는 (평소 트럼프의) 패턴과 똑 같다”며 “하지만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선거개입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결론을 의심하고, 이에 대한 FBI의 수사를 평가절하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비난’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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