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전 예술감독이 성범죄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벼르고 별렀던 것 같습니다. 대학로 배우들 사이에서는 이 기회에 연극 및 연예계에서의 성범죄를 완전히 뿌리 뽑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21일 한 유명 배우는 한국스포츠경제에 이 같이 밝히며 한숨지었다. 1990년대에 데뷔해 방송, 영화, 공연 등 다방면을 넘나들며 활약한 이 배우는 최근 연예계에서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성범죄 의혹에 대해 "많은 이들이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기는 '미투운동'에서 시작됐다. '미투운동'이란 해시태그로 '#미투', 혹은 '#metoo'를 달고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성범죄 사실을 폭로하는 운동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시작됐다.
이 운동으로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이었던 이윤택은 서울연극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조치를 당했다. 극단 연출로 있으면서 단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연출은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은 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이 전 연출의 성범죄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공소시효가 남은 피해자들과 함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전 연출이 데리고 있던 한 배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1990년대 부산 ㄱ 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 은밀히 상습적 성추행하던 연극 배우가 있었다. 이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며 "지금은 코믹 연기를 하는 유명한 조연 영화배우인데 내게는 변태, 악마,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그 충격으로 20여 년 간 고통받았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같은 사람을 지목하며 "연출가가 부산 가마골 소극장을 비웠을 때 반바지를 입고 있던 내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었고 손가락으로 그 곳을 함부로 휘저었다. 똑바로 쳐다보면서"라고 폭로했다. 이 글이 사실일 경우 영화계에도 '미투 운동'의 칼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배우 송하늘이 SNS를 통해 조민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OCN 새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 출연을 앞두고 있던 배우 조민기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여성 제자들을 여러 차례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배우 송하늘 등이 자신이 그 범죄의 피해자라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민기 측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작은 신의 아이들' 하차를 결정했다.
'미투 운동'의 불길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인맥이 중요시되는 연예계 특성상, 또 상대가 유명인이라 차마 입 밖으로 범죄 사실을 내지 못 했던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이 만들어낸 분위기에 힙입어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성추행 등과 관련한) 소문이 많았던 인물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더 큰 건이 터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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