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통령 2월 10일 김여정 일행과 회동 계획
북한, 펜스 만나고 싶다 신호…한국 정부 중재 역할
트럼프 대통령 “미국의 강경한 입장 면전에서 전달”
북한, 회동 2시간전 불만 표출하며 취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기간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과 회동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이 회동 직전 취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이 회동은 북한이 먼저 미국 측에 펜스 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 이뤄진 것이었으나, 방한 시 펜스 부통령의 강경 행보에 북한이 불만을 품으면서 불발돼 향후 북미간 대화도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WP는 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지난 10일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회동 2시간 전 북한이 취소했다고 전했다. 부통령실은 “북한은 회동을 취소하면서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를 만나고 새 제재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시 추가 제재를 예고하고 탈북자들과 함께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회동 계획을 잡고서 강경 행보를 보인 것은 북한과의 대화에서도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이 회동 계획은 북한이 방한하는 펜스 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중앙정보국(CIA)이 듣고서 시작됐다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WP가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양측간 회담 성사를 위해 중재 역할을 한 한국 정부가 주도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날 계획이었으며 한국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 방한 전 존 켈리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회동 계획을 마무리 지었다. 펜스 부통령이 북한 관계자를 사적으로 만나기로 하지만, 북한 정권과의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강경한 대북 입장을 면전에서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데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합의했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말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입장은 그들(북한)이 우리 정책이 무엇인지, 또 우리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실제 우리가 의도하는 것이라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그 회동을 최대 압박 정책의 연장선으로 바라 본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회동이 성사됐더라도 미국 정부의 대북 입장을 완화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고,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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