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AI가 다 할텐데…” 취업준비 무력감 느끼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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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AI가 다 할텐데…” 취업준비 무력감 느끼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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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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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군대를 다녀온 대학생 고기훈(23)씨는 진로 준비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오래 전부터 교사를 지망해 교직 이수 과목을 수강했으나, 인공지능(AI)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를 보면서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진 탓이다. 지식 습득 등 취업에 필요한 준비를 해도 머지않아 쓸모 없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뤄지면서 대학생들이 직업 선택에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 노동직은 물론이고, 전문직 등 많은 직업들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망 직종이 멀지 않은 미래엔 쓸모 없는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대학생들은 AI 기술 전망을 진로 계획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두고 있었다. 한국일보가 전국 대학생 3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인공지능의 기술 전망이 진로 계획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68%가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대학생들은 산업 변화의 과도기와 진로 선택 시기가 맞물리면서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나가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로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었다. 중장년층은 퇴직 때까지 현 직업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청소년의 경우 교과 과정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훈(27ㆍ건국대)씨는 “취업난도 심한데 직업 전망 예측까지 더 힘들어지니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취업 준비를) 놓아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2025년이 되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직업종사자의 업무수행능력 중 70.6%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2025년은 지금의 대학생들이 30대 초중반이 되는 시점이다.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간호학과 3학년 김진아(22)씨는 “밤새 일하다가 ‘현타’(현자 타임의 준말로 인생의 공허함, 부질없음을 느끼게 되는 시간을 뜻하는 신조어)가 왔다. 조만간 의료 분야에서도 AI 대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힘들게 좋은 병원에 들어가도 의미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장모(26ㆍ경희대 4학년)씨는 “은행 업계가 AI 기술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AI가 무엇인지 조차 잘 모른다”며 “초등학생도 코딩 공부를 한다는데 나는 무기 없이 맨몸으로 전장에 나가는 것 같다”며 한탄했다.

전국 대학생 351명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현재 귀하는 대학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2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아니오 47%, 잘 모르겠다 30%)

때문에 학생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 교육 과정이 미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가 전국 대학생 3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대학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2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오’라고 답한 응답자는 47%, ‘잘 모르겠다’는 대학생은 30%였다.

대학생들은 대학이 시대에 뒤처진 교육과정에 머물러 있으면서 실제 산업 현장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는 이지현(24)씨는 “기자는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최근 언론사 인턴을 하면서 디지털 콘텐츠를 위한 프로그래밍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면서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김규태(22ㆍ가명)씨는 “최근 뉴미디어 수업을 들었는데 과제로 받은 것이 ‘휴대전화로 캠퍼스를 찍어서 SNS에 올려보기’여서 충격을 받았다. 정보기술 쪽으로는 교수님도 나도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20대를 강타한 ‘욜로’ 광풍 역시 이러한 AI의 등장에 따른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가 원인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밀레니얼 세대 행복 가치관 탐구 보고서’는 “20대들이 지금까지 인정받던 직업이 사라지거나 지금까지 당연시해왔던 중요한 가치들이 향후 중요하지 않을 수 있음을 자각했다”며 “이로 인해 노력에 대한 보상이 크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분석했다. 졸업을 앞둔 숙명여대생 박진영(24ㆍ가명)씨는 올해 취업준비 대신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했다. 그는 “어차피 뭘 준비해도 곧 달라질 세상이라면 굳이 미래에 매달리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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