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9300만원 특정단체 보조
화성시 일대 불법 현수막 게시 등
“화성시로 이전 찬성” 여론몰이
2000만원 들여 견학ㆍ설명회도
경기 수원시가 군 공항 이전 홍보활동을 벌이는 특정단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시비로 화성시 일대에 군 공항을 찬성한다는 내용의 불법 현수막을 내걸고, 화성 주민 수십 명과 지방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수원시가 한 단체를 들러리로 내세워 여론몰이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군 공항 이전 수원시민협의회’라는 단체에 9,300만원의 민간단체 보조금을 지급했고, 올해도 같은 액수를 편성했다. 협의회는 무보수 봉사를 기치로 2015년 5월 꾸려졌고 스스로 밝힌 회원은 2,800여명이다.
협의회 활동은 지난해 2월 국방부가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한 이후 두드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협의회는 당시 국방부 발표 직후 예비이전후보지 인근 등지에 60여 개에 달하는 현수막을 가로수 등에 달아 홍보했다. 불법 홍보물을 화성지역에 게시하는데 수원시비가 쓰인 셈이다.
지난해 9월에는 2,000만원을 들여 화성시 주민 40여명과 1박2일 일정으로 서산해미공군비행장 등을 견학을 하고, 동탄 주민들을 모아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협의회 인터넷 홈페이지도 보조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최중필 수원시 군공항지원과장은 수원시의회에 “지난해 조심스럽게 현수막을 단 적이 있다”며 “저희가 판단을 해가면서 화성지역에도 (군 공항 이전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문제의 현수막 사진 등을 협의회 등으로부터 전달받아 보관하고 있기도 했다. 협의회 활동 전반에 대해 수원시가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 때문에 민원이 많이 들어와 철거를 했던 기억이 있다”며 “누가 걸었는지 찾아내지는 못했었다”고 황당해했다. 수원시 관계자들은 “보조금을 지급한 단체가 연간 사업으로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올해 책정된 보조금에 대해서는 집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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