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남자(5명)와 여자(5명) 그리고 믹스더블(2명) 등 12명 중 이기복(23ㆍ남자)과 김초희(22ㆍ여자), 이기정(23)ㆍ장혜지(21ㆍ이상 믹스더블)를 뺀 8명 모두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단체로 구조 활동이라도 벌이려는 걸까. 이는 경북 컬링의 대부로 통하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의 아이디어였다.
수상인명구조원 자격증을 따려면 보통 10일간 56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인 장반석 MBC 해설위원은 “한 명은 구조자, 나머지 한 명은 익수자(물에 빠진 사람) 역할을 하는 교육이 있는데 물속에서 몸을 맞대고 옮기며 신뢰를 돈독히 쌓았다”고 말했다. 선수 간 호흡이 절대 중요한 컬링을 위해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의미다.
수상구조 활동은 스위핑(브룸으로 빙판을 닦은 일)을 할 때 호흡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빙판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두뇌 싸움이라 체력 소모가 덜하다는 오해를 많이 받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남녀 컬링은 한 게임에 2시간30분 이상 소요되고, 예선이 풀리그라 한 팀이 9경기 이상 치른다. 하루에 오전 오후 두 경기를 소화할 때도 많다. 팀에서 스위핑을 가장 많이 하는 리드 김영미(27)는 “엔드마다 4명이 스톤을 2개씩 총 8번 던지니까 최대 6차례 스위핑을 한다. 한 번에 약 45m를 닦는데 총 10엔드니까 단순 수치로만 따져도 2.7㎞ 넘게 닦는 셈”이라고 했다. 장반석 위원은 “힘차게 스위핑을 한 뒤 가쁘게 숨을 몰아 쉬며 잠시 쉬고 다시 또 스위핑을 하는 걸 경기 내내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이 구조 수영의 호흡 패턴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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