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 행보가 주목된다. 폐회식장을 빛낼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이지만 의전이나 일정에서 국빈급 환대가 예상된다. 북미 간 탐색적 대화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그가 전달할 대북 메시지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통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혈육이자 핵심 참모를 파견하는 의미를 고려해 정상급 대우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및 김정숙 여사를 만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스키 경기를 관람하는 일정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이방카는 방한 기간 탈북 여성들을 만나는 일정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 여성들의 입을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 탄압실태를 재차 고발하겠다는 포석이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 4명을 면담하면서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했던 걸 감안하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이방카 측이 탈북단체와 직접 접촉하고 있다는 전언이고 보면 미국이 일정을 강행할 공산이 커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대북 압박 정책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끈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인권 문제를 겨냥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북미 사이의 탐색적 대화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북한 인권문제가 심각한 사안이긴 하지만 대화의 입구를 막아버린다면 의미가 없다. 도리어 대화가 시작된 이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쓴다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나아가 이방카가 탈북 여성을 만나는 일정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진전되고 의미 있는 행보로 대북 메시지를 전한다면 평화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평창 올림픽이 북핵의 평화적 해결의 단초가 되기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를 이방카가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적어도 북미 대화를 중재하려는 우리 정부마저 곤혹스럽게 만들고 인권 문제만 부각시킨 채 돌아간 펜스 부통령의 행보만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를 대북 메신저로 보냈다면 청와대 회동도 주목된다. 북미 탐색대화를 앞두고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한을 향한 압박과 관여 정책이 엇갈려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방카를 메신저 삼아 남북대화 구상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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