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이 포기하는 개를 넘겨 받아 새 주인을 찾아준다던 충남 천안의 한 펫숍에서 개 79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천안시 위탁보호소 동아이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의 한 펫숍에서 개 160여마리가 완전히 방치돼 그중 79마리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해당 펫숍 1, 2층 철창과 바닥, 상자에 사체들이 방치돼 있었고, 사체 상당수는 두개골과 늑골이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부패가 진행됐다. 특히 파양 당시 담겨있던 것으로 보이는 상자에서 발견된 사체는 개들을 인수 후 그대로 방치해 죽게 한 것으로 추정돼, 개들이 죽기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을 받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게 동물단체 측의 설명이다.
생존한 80여마리도 발견됐으나 오물 처리가 전혀 되지 않은 곳에 장기간 방치되다 보니 홍역이나 파보바이러스 등 전염병에 걸린 게 대부분이었다. 상태가 위급했던 9마리는 긴급구조해 천안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에 보냈으나, 3마리는 폐사했다.
동물자유연대와 천안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펫숍은 ‘사육포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처를 찾아준다’면서 사육포기자에게는 보호비를 받고 입양자에게는 책임비를 받는 곳이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펫숍 업주가 주로 1층을 영업 공간으로 쓰면서 2층에 개들을 방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체 측은 “개들에게 사료를 준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다”면서 “현재는 업주가 소유권을 포기해 천안시가 위탁보호소에 보호를 맡긴 상태”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업주를 천안 동남경찰서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강아지 공장 등 불법 번식업자가 횡행하고 판매업조차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반려동물 생산ㆍ판매업을 육성하겠다며 법 제정을 말하기 전에 관리ㆍ감독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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