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직전에 단일팀 결성 불구
두 팀 선수 하나로 묶는 리더십
위대한 도전, 아름다운 마침표
흔히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이끈 세라 머리(30) 감독에겐 예외를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
머리 감독이 갑작스럽게 구성된 남북 단일팀을 하나로 만드는 위대한 도전을 마쳤다. 단일팀은 20일 끝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최종전인 스웨덴과 7,8위 결정전에서 1-6으로 패해 5전 전패, 8개 팀 중 최하위로 마쳤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목표로 했던 ‘1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머리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단일팀 선수들이 대견하기만 했다. 그는 “(4년 전만 해도) 우리 팀이 이 정도로 올림픽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4년 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이 1월 25일 합류하면서 함께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선수를 파악하고 합동 훈련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올림픽을 치러야 했다. 전 국민적인 관심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아 압박감도 상당했다. 머리 감독은 “힘든 일이었다”며 “북한 선수들에게 4년간 가르쳐야 할 시스템을 열흘 안에 가르쳐야 했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하지만 짧은 시간에도 남북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정치적인 부담과 언론의 높은 관심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뤘다는 점은 내게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팀에 빠르게 녹아 들기 위해 노력했던 북한 선수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 했다. 때문에 북한 선수들이 돌아가는 26일까지 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과 함께 한 과정은 무척 즐거웠다. 앞으로도 북한 선수들을 돕고 싶다”며 “친선 교류전에 관해서도 논의 중인데, 계속해서 끈을 유지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남은 기간 현실적으로 훈련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관동하키센터는 21일을 마지막으로 운영 인력이 전원 철수한다. 머리 감독은 “링크에서 훈련은 못할 것 같다”며 “대신 비디오 미팅을 하는 등 훈련하지 않고도 최대한 많은 것을 북한 선수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단일팀은 향후 친선 교류전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오는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공식 해산한다.
백지선(51)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2014년 9월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머리 감독은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감독을 역임한 앤디 머리 감독의 딸이다. 그의 아버지는 NHL에서 LA 킹스와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사령탑을 지낸 명장이다. 머리 감독은 미국에 있는 아버지와 매일 전화로 통화하면서 조언을 구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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