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한국 대표 민유라(왼쪽)과 알렉산더 겜린(오른쪽)이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홀로 아리랑'에 맞춰 프리댄스 연기를 펼치고 있다./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자 외국인들은 감동한 듯 소리에 빠져들었다. 뮤지컬 배우 소향이 TV프로그램에서 ‘홀로 아리랑’을 부른 영상을 본 외국인 5명은 슬픈 로맨스 영화를 본 듯 미간을 찌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의 표정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 동영상 채널 유투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리랑을 처음 접한 이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나 한국어를 접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 전통 민요의 대표인 아리랑의 곡조만 듣고도 가슴의 울림을 느꼈다.
소향의 '홀로 아리랑' 영상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사진=유투브 영상 캡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프리댄스가 펼쳐진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도 이와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 대표 민유라(23), 알렉산더 겜린(25) 조가 소향의 ‘홀로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연기를 펼쳤다. 개량 한복을 맞춰 입은 두 사람은 차분한 민요조에 맞춰 유려한 몸짓을 선보였다.
주목할 점은 연기 도중 3초간 가사 없이 음원만 흘러나온 부분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사라진 부분의 원래 가사는 ‘독도야 간밤에 너 잘 잤느냐’는 구절이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 이 구절에서 ‘독도’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독도가 포함된 가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직위는 이 가사가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에 위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맹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빙상연맹(ISU)에 항의의 뜻을 담아 독도 가사를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예상대로 ‘불가’였다. 결국 최종 결정권을 가진 IOC는 독도 가사를 올림픽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독도 가사를 삭제한 음원을 제출했고 지난 8일 공식훈련에서 이 음원으로 최종 합을 맞췄다.
민유라(왼쪽), 알렉산더 겜린/사진=OSEN.
민유라-겜린 조는 올림픽 전에도 독도 가사가 포함된 배경음악으로 국제 무대에 섰다. 지난달 말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전체 14팀 중 7위에 오르며 평창올림픽의 청사진을 그렸다.
민유라-겜린 조는 이날 예술점수 41.91(PCS)을 비롯해 기술점수(TES) 44.6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 댄스 점수(61.22점)을 합해 총점 147.74점으로 전체 20팀 중 최종 18위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가사 3초간 가사가 없는 배경음악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들의 멋진 연기 속에 ‘한국의 멋’은 오롯이 살아있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강릉 은반 위에 울려 퍼진 아리랑은 곡조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정서를 알리기에 충분했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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