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 노사 입장 평행선
별도 소위 꾸려 3월까지 논의하기로
최저임금위원회가 20일 ‘사용자 편향 발언’ 논란으로 노동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던 어수봉 위원장의 사과로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노사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별도의 소위원회를 꾸리기로 하면서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긴 어려워졌다.
어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임위 3차 전원회의의 시작에 앞서 “노동계가 사퇴 요구를 한 것은 저에게 갖고 있던 믿음이 깨진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선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최임위 2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어 위원장이 인터뷰 등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파기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노사 균형을 이뤄야 할 최임위를 이끌기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어 위원장은 이날 사퇴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위원장으로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최임위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원회의는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개선안을 논의하기 위한 마지막 회의였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진 못했다. 노사가 뜨거운 공방을 벌이는 부분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포함할지 여부다. 현행 최저임금법엔 기본급과 직무급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돼 있다. 경영계는 별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숙식비 등도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이를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최임위 내 전문가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할 것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이에 별도의 소위원회를 꾸려 최저임금 제도계선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고, 최임위가 받아들이면서 3월 6일까지 관련 논의를 이어가게 됐다.
다만 최임위 현 위원 27명 중 25명의 임기가 4월 일제히 끝나는 만큼 관련 과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최저임금 제도개편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언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산입범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워낙 깊은 탓에 극적인 타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임위 관계자는 “근로자와 사용자, 공익위원들이 협의 권한을 소위원회에 일정 부분 위임하기로 결정한 만큼 여기에서의 논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