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라(왼쪽)와 알렉산더 겜린./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분홍 치마와 살구색 저고리를 입은 재미동포 출신의 한국인 민유라(23)와 파란색 계열의 저고리 형태 상의를 착용한 귀화 미국인 알렉산더 겜린(25)이 은반 위에 서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음악이 흘러나오려 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배경음악 소향의 '홀로 아리랑' 선율이 침묵을 깨뜨렸다. 민유라-겜린은 미소와 함께 안무를 시작했다. 민유라는 단아한 차림과 고운 춤선으로 ‘아리랑’과 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민유라-겜린은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아리랑'에 맞춘 고풍스러운 연기로 기술점수(TES) 44.61점, 예술점수(PCS)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얻었다. 쇼트댄스 점수 61.22점을 더한 총점은 147.74점으로 프리댄스 연기를 한 20팀 중 18위다.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챌린저 시리즈 민스크 아레나 아이스 스타 대회에서 받은 자신들의 공인 최고점 152.00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둘은 한국 아이스댄스 올림픽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나선 양태화(36)-이천군(38) 조 이후 16년 동안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한 한국 아이스댄스는 민유라-겜린 조가 출전권을 거머쥐며 다시 명맥을 이어가게 됐고, 프리 진출과 최종 18위 등 성적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둘은 초반 스테이셔너리 리프트(레벨4)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민유라-겜린은 두 선수가 원형으로 이동하는 서큘러 스텝 시퀀스(레벨3)에 이어 난도 높은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도 잘 마무리했다. 이후 겜린은 민유라를 들고 직선으로 이동하는 고난도 스트레이트 라인 리프트(레벨4)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관중은 큰 박수 소리로 응원했다.
민유라는 연기 중 ‘아리랑’ 가사를 따라 부르며 완전히 몰입한 듯한 모습이었다. 민유라-겜린은 나란히 서서 똑같이 돌며 이동하는 싱크로나이즈드 트위즐(레벨2)도 한국적인 느낌을 살려 표현했다.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다이어고널 스텝 시퀀스(레벨3)에 이어 겜린이 민유라를 들고 도는 로테이셔널 리프트(레벨3)까지 아름답게 수행했다. 둘은 코레오그래픽 스피닝 무브먼트와 코레오그래픽 댄스 리프트까지 9가지 과제를 모두 끝낸 뒤 우아한 자세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민유라-겜린은 포옹을 나눈 뒤 사방에서 지켜보던 관중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손을 맞잡은 채 퇴장하던 둘은 은반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직전 한 번 더 뒤로 돌아 인사하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에 팬들은 인형을 은반 위에 던지는가 하면, 들고 있던 태극기를 펄럭이며 화답했다.
키스앤크라이존에 앉은 민유라-겜린의 모습이 전광판 화면에 잡히자 관중은 또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겜린은 전날처럼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렸고 V자 포즈도 취하며 웃었다. 민유라는 혀를 내미는 등 평소처럼 털털하고 애교 넘치는 매력을 발산했다. 점수가 발표되자 둘은 환하게 웃었다. 이후 전광판 화면에 수수한 차림으로 관중석에 앉아 있던 ‘피겨여왕’ 김연아(28)의 모습까지 잡히면서 장내는 또 술렁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등에 의하면 올림픽 피겨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한복 의상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후 민유라는 "재킷을 벗는 순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한복 의상에 모든 관중이 함성을 질렀다"며 "팬들의 응원이 좋아서 정말 쉽고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배경음악 ‘아리랑’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큰 감동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한편 이날 프리댄스에서는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 조가 전날 쇼트댄스에서 이어 1위를 차지했다. 프리댄스에서 122.40점을 기록했으며 쇼트댄스까지 합산해 총점 206.07점을 받았다. 쇼트와 프리댄스, 총점 모두 세계신기록이다.
강릉=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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