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중 일부를 따로 훈련시키거나 임원의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선수를 대표팀에 끼워 넣거나 탈락시키는 등 과거의 파벌 싸움까지 다시 입길에 오르면서 해체하라는 여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자 팀추월 국가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노선영은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빙상연맹이 팀추월 남녀 대표팀 김보름 이승훈 정재원 선수를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대회 이후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국체대에서 따로 훈련시켜 팀 훈련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3명의 선수가 호흡을 맞춰 달리면서 마지막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의 기록을 재는 팀추월 경기에서 일부 선수를 따로 훈련시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앞서 노선영은 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이 없어 팀추월 경기에도 참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노선영은 개최국 대표 자격으로 팀추월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빙상연맹의 말만 믿고 팀추월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선수촌에서 짐을 싸서 나온 노선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알렸다. 그는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권이 박탈되면서 출전권을 얻어 가까스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노선영의 폭로로 흠집이 난 빙상연맹이 조직적으로 그를 따돌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9일 같은 팀으로 출전했던 김보름, 박지우가 기록 부진의 원인을 노선영에게 돌리는 듯한 인터뷰를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빙상연맹은 팀추월 경기 전날에도 비난에 휩싸였다. 18일 오전 9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선수촌을 방문해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자고 있느냐”며 선수들을 깨운 것. 이상화는 이날 저녁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앞두고 있어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연맹 측이 선수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상화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고 있지 않았고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으나 빙상연맹을 향한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연일 계속되는 실책에 과거 잘못까지 거론되면서 빙상연맹을 해체해야 한다는 여론의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빙상연맹은 특정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선수를 따돌리거나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등 파벌 싸움이 심각했다. 2011년 쇼트트랙 안현수가 러시아에 귀화하면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내부조사를 거쳐 정화가 된 듯했으나 이번 올림픽에서 잘못된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왜 피땀 흘려가며 노력했던 선수들이 연맹의 파벌에 희생돼야 하느냐. 빙상연맹을 조사해야 한다”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 게시판에는 ‘스포츠계 적폐 청산’‘빙상연맹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도 등록됐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