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부족했던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
“영화 주인공들 출전하면
대회 흥행에 도움될 것”
협회 설득에 IOC 등 수락
경기 하루 앞두고 출전 확정
위대한 도전에 관중 기립박수
영화 ‘국가대표’는 막을 내린 지 오래지만,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편’에서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출전 선수 부족으로 좌절될 뻔했던 한국 대표팀의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 참가가 선수 추가 등록으로 경기 하루를 앞두고 성사됐기 때문이다. 극적인 출전에도 스키점프 남자 단체팀은 결선 진출은 실패했지만, 관중들은 이들의 포기를 모르는 ‘비행’에 박수를 보냈다.
스키점프 한국 국가대표팀 엔트리에 최흥철(37)과 박제언(25)이 추가된 것은 경기 하루 전날인 18일이다. 이미 엔트리에 올라있던 최서우(36)와 김현기(35)에 더해 이들이 포함되면서 극적으로 이날 남자 단체전 출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은 스키점프 종목에 2명만 올픽림 출전이 확정돼 4명이 뛰어야 하는 단체전에 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월드컵과 컨티넨털컵 성적을 합쳐 세계 랭킹 65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최서우와 김현기는 65위 안에 든 반면 최흥철은 들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최서우, 김현기의 개인전 출전으로 만족하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를 하루 앞두고 거짓말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대한스키협회가 국제스키연맹(FIS)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한국 대표팀 출전 선수를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고, FIS와 IOC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영화 ‘국가대표’ 주인공들이 단체전에 출전하면 대회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협회의 설득이 통한 것이다.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FIS도 한국의 제안을 반겼다”며 “평창 올림픽 참가팀(11개팀)이 2014년 소치 올림픽 참가팀(12팀)보다 적어, 한국팀 참가가 흥행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극적인 출전에도 대표팀은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들은 19일 오후 9시30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서 열린 예선에서 총 274.5점을 기록해 12개팀 중 12위를 차지했다. 결선은 8위까지만 진출할 수 있다. 예선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최흥철은 경기를 마친 뒤 “좌절됐던 올림픽 출전이 현실이 돼 기쁘다”면서도 “점프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최흥철은 이날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에서 비행하게 되면서, 올림픽 6회 참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에 대해 최흥철은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해 일곱 번째 참가뿐 아니라 톱 10에도 들고 싶다”고 당찬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끝없는 도전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 시작 5시간 전에 평창에 왔다는 김명진(37)씨는 “이번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이미 영화의 감동을 뛰어 넘은 거 같다”며 “어렵게 출전하게 된 단체전인 만큼 선수들이 좋은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무리 짓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점프 경기는 빠짐없이 챙겼다는 이주명(33)씨는 “스키점프 단체전 출전 소식을 듣고 남자 단체전 표를 사놓은 게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며 “이들의 기념비적인 비행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평창=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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