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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시리아 쿠르드, 결국 아사드에 손 내밀었나

입력
2018.02.2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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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민병대, 터키 침공 아프린으로 진격

터키 반발, 미국은 난처 “러시아 노림수 통했다”

19일 시리아의 친터키 반군 자유시리아군 병사들이 아프린 근처에서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다. 아프린=로이터 연합뉴스
19일 시리아의 친터키 반군 자유시리아군 병사들이 아프린 근처에서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다. 아프린=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 측 민병대가 터키의 공격을 받고 있는 북서부 아프린지역으로 진격하면서 시리아에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방조로 터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쿠르드 세력이 아사드 정권과 합의해 터키의 공세를 꺾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 등은 시리아 정부측 민병대가 “수 시간 내로” 북서부 아프린 지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주민을 돕고 시리아 영토 단일성과 주권을 지키려는 의도”라고 사나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쿠르드 매체 루다우(Rudaw)가 시리아 친정부군을 아프린으로 배치하는 데에 쿠르드 주축 반군인 시리아민주군(SDF)과 정부가 합의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와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 모두 이 보도들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쿠르드 반군이 강대국의 외면과 터키의 압박에 못 이겨 시리아 정부에 손을 내민 모양새다. 시리아 정부로서는 이 지역 쿠르드 반군을 겨냥해 침공해 온 터키군의 진격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를 지지하는 자유시리아군(FSA)등 친터키 반군을 제압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게 된다.

아사드 정권과 관계가 나쁜 터키 역시 물러설 기미가 없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시리아 정부가 YPG와 협상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터키 언론이 전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에르도안이 협조관계인 러시아와 이란을 통해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대테러 공조에 노력하고 북서부 반군 점령지인 아프린과 이들리브주 등의 향방을 논했다고 터키 대통령실이 전했다.

미국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졌다. 터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반군 SDF에 대한 지원 자체는 계속했지만, 그렇다고 터키와 정면 대결도 하지 않아 SDF의 불안감을 유발했고, 이 때문에 대 이슬람국가(IS)전선의 핵심 역할을 했던 SDF가 결국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사드 정권의 존속을 추구하는 러시아의 노림수가 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리아의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하이드 하이드는 미들이스트아이 기고문에서 “러시아는 아프린에서 후퇴하면서 터키에 길을 열어줬는데, 이는 시리아 지역에서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어 영향력을 약화하고 동시에 쿠르드가 아사드 정부와 협상하게 만들려는 계획”이라고 적었다.

현재 아사드 정권은 유프라테스강 북쪽의 SDF 점령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반군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19일도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 유일한 반군 점령지인 동(東)구타지역을 노려 맹포격을 감행, 최소 71명이 숨졌다고 시민단체 시리아인권감시단(SOHR)이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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