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여건 성숙이 먼저”
대북 특사 파견엔 말 아껴
북한을 대화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채널 통해 의견 조율 중
주변국과도 긴밀한 공조 유지
청와대가 북핵 해법 추진 차원에서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적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북미 양측을 대상으로 치열한 중재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가져올 메시지 등을 토대로 미국의 의중을 파악한 뒤 남북 대화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는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 “북미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남북정상회담 여건을 성숙시키는 게 먼저”라면서 “현재로선 특사 파견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평창 프레스센터를 찾아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속도를 조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북대화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낳기 위해선 먼저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백악관 내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에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발언에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전제 없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던 백악관도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ㆍ안보라인이 물밑에서 북미대화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3차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던진 북한에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으로 남북 채널이 열려 있는 만큼 다양한 층위에서 메시지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도 체제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본다”며 “여러 채널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남북대화 여건이 충분히 성사될 때까지 주변국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평양에서 남북 정부 당국자가 비밀리에 접촉했다는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손톱만큼의 진실도 포함돼 있지 않다” “하나하나 반박하는 게 구차할 지경”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아사히신문에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미국 등 국제사회에 분명히 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는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아직 정부의 기대만큼 무르익지는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통화를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한다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데 한미 양국 모두 대북 구상을 가다듬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며 “폐회식에 참석하는 이방카 선임고문의 메시지를 듣고 향후 대응 방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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