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사진=이상화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과거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필 잭슨(73ㆍ미국) 감독은 쟁쟁한 스타들을 모아 놓고 선의의 경쟁(competition in good faith) 강의를 펼친 일화로 유명하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선의의 경쟁의 전제 조건은 ‘깨끗한 승복’이다. 즉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쟁 상대에 적대심만 들기 마련이고 스스로 발전하기도 힘들다는 논리다. 마이클 조던(55ㆍ미국), 스카티 피펜(53ㆍ미국), 공존하기 힘들 것 같았던 두 별은 서로를 인정하며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치열하고 냉정할 것만 같은 올림픽 승부의 세계 뒤에도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이 여전히 꽃피우고 있다.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는 한국의 빙속 여제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와 고다이라 나오(32ㆍ일본)의 경쟁 구도로 압축됐다. 국적조차 숙명의 라이벌 관계다. 고다이라가 올림픽 기록(36초94)을 새로 작성하며 금메달을 땄고 이상화는 2위(37초33)로 고다이라에 왕좌의 자리를 내줬다. 표면적으로 2위를 기록한 이상화는 패자였지만 둘은 은반 위에서 승부를 잊고 서로를 존중했다.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눈물을 쏟아냈고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감싸 안아주며 위로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고다이라 역시 눈물을 보였지만 경기 이후에도 고글을 착용하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둘의 뜨거운 눈물은 지난 10년 간 함께 얼음 위를 달리며 경쟁했던 시간을 그대로 함축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쏠렸을 부담감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이겨내고 멋지게 질주했다”고 말했다. 이상화도 “나는 500m에 집중하기 위해 1,000m 출전도 포기했는데 나오는 1,000m와 1,500m, 그리고 500m까지 출전했다”며 고다이라의 투지를 칭찬했다. 이상화는 어떠한 핑계도 대지 않았고, 둘은 오히려 서로를 인정하며 존경심을 표현했다. 이상화는 지난해 선수로서 치명적인 하지정맥류 수술을 겪어낸 후 긴 터널 같은 시간을 보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상화는 올림픽 레이스를 결국 완주했다. 둘은 서로에 존재를 의식하며 훈련했고 자신의 잠재력 이상의 퍼포먼스를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준 셈이 됐다.
한국 스켈레톤 대표팀 내에서도 뜨거운 선의의 경쟁을 펼친 동갑내기가 있다.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ㆍ강원도청)과 김지수(24ㆍ성결대)다. 김지수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 윤성빈과 함께 훈련하며 이번 올림픽에서 최종 6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김지수는 “(윤성빈이) 친구로서, 팀 동료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같은 대표팀 소속인 것이 영광이다. 앞으로 성빈이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 다음 목표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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