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넘게 귀국한 벨기에에선
극단주의 유지 등 재정착에 문제
美 “출신국 돌려보내는 게 최선”
유럽 “현지 사법 절차에 따라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 영토를 대부분 상실하고 패퇴하면서, 이 조직에 가담한 유럽인들도 대거 체포됐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유럽 주요 나라 시민들이 이들의 처리 방안이 좀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출신국가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사국인 유럽 국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반IS 국제동맹군 회의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유럽 국적 IS 가담자들의 운명에 유럽 국가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민주군(SDF) 등 IS를 패퇴시킨 현지 반군들은 시리아ㆍ이라크 북부에서 서방의 IS 가담자를 대거 생포했는데, 그 규모가 너무 많아 수용시설 및 음식제공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이들을 각 국적 국가로 돌려보내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은 떨떠름하다. 원칙적으로 IS 가담자가 귀국하는 것을 막진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송환을 적극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막상 IS 가담자를 받아들여 법정에 세워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고, 전쟁터에서 저지른 범죄를 증명할 자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들이 차라리 전쟁터에서 죽거나 현지 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받기를 바라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이런 내심을 드러낸 인물이 영국의 게이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이다. 9일 타블로이드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자(IS 가담 영국인)들은 영국 땅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거기서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날 ‘IS의 비틀즈’라 불렀던 영국인 4인조 IS대원 중 2명인 알렉산다 코티(34)와 샤피 엘셰이크(29)가 전날 쿠르드 반군에 체포된 뒤 나온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영국 내외 언론들이 미국과 엇박자를 낸다고 전하자 윌리엄슨 장관은 “영국 국적 포로들의 처리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다급히 수습했다.
프랑스는 IS 지역으로의 여행 자체를 불법화했기에 처벌은 가능하지만, 역시 물밑에서는 최대한 귀국을 억제하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 모술 전투에는 자국 특수부대를 파견해 프랑스 국적의 IS 가담자를 직접 사살까지 했다. 또 시리아에서는 북부 시리아민주군(SDF)과 협력해 현지 사법절차에 조력하는 방식으로 프랑스인 IS 대원의 귀환을 막고 있다.
돌아온 IS대원의 재정착도 문제다. 유럽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가담자가 나타난 벨기에에는 이미 100명 이상이 귀국했는데 당국은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이들 중 IS 가담을 후회하는 이들조차 사회생활을 극도로 꺼리며, 일부는 극단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벨기에의 극단주의 전문가 피터르 판 오스타이언은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극단주의 지지자들이 많고 목소리도 크다”라며 “솔직히 유럽 국가 대부분은 IS 가담자들이 돌아오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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