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12년 만에 다시 제기됐다. 4대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월드컵축구, 세계육상선수권)를 개최한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빌려 쓰는 전세기 말고 새 항공기를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지만 만약 도입한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같은 기종이라도 장착되는 장비에 따라 항공기 값은 천차만별이다. 최고가로 볼 수 있는 항공기는 미국이 2015년부터 도입을 추진 중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으로 8,800억원이다. 미국 국방부는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 만드는 최고급 기종 747-8을 군사형 기종으로 바꿔 도입할 계획이다. 이 항공기는 암호화 통신과 화상회의 시스템, 수십 회선의 전화 등을 갖춰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 있는 것처럼 업무를 볼 수 있다. 또 미사일을 피하고 핵폭탄이 폭발했을 때 발생하는 전자기파 피해를 막는 장비도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동일 기종의 일반 모델은 3,80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지금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군 1호기의 미사일 방어 장비(300억원)를 장착하면 4,100억원으로 새 대통령 전용기를 장만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 제조사와의 협상에 따라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과거 보잉은 우리 정부가 내놓은 5,000억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해 2010년 대통령 전용기 도입사업을 무산시킨 바 있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주원인인데, 보잉과 EADS의 경쟁을 이끌어내지 못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사업에 대해 ‘방위사업청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해 지명경쟁 입찰 대상업체로 선정된 EADS가 입찰을 포기하는 등 경쟁체제를 형성, 유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2001년식 보잉747-400 기종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대한항공과 4년간 1,157억원에 임차 계약으로 빌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말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2020년 3월까지 1,421억원에 재계약했다. 10년간 임차료로 2,578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대통령 전용기의 수명이 보통 25년인 것을 감안하면 동일한 계약조건을 가정할 때 25년 임차료는 6,445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통령 전용기 도입 논의 과정>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