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9만여 상자 출고
시장 규모 3년 사이 3.5배로
일반 위스키 63만 그쳐 첫 역전
국내 위스키 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알코올 도수 40도 미만의 저도 위스키(주세법상 공식 명칭은 ‘기타주류’ㆍ이하 저도주) 출고량이 일반 위스키(40도 이상)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쪼그라드는 위스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업체들은 저도주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저도주 출고량은 2016년보다 29% 급증한 69만7,286상자로, 사상 처음 일반 위스키 출고량(63만3,014상자)을 넘어섰다. 저도주 시장이 2014년(19만6,864상자)에서 지난해 사이 3.5배나 확대된 반면, 일반 위스키는 2014년(127만9,763상자) 이후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위스키 시장이 저도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업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09년 저도주 ‘골든블루’를 처음 출시하며 저도주 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온 골든블루의 점유율은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맹공에 2014년 98%에서 지난해 54%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50%선도 위협받고 있다.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업체 디아지오코리아는 2015년 연산(위스키 원액 숙성 연한) 표기가 없는 제품인 ‘W 아이스’로 저도주 시장에 진출한 뒤 지난해 10월 연산 제품 ‘W 시그니처 12’를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골든블루를 추격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저도주 시장 점유율은 W 시그니처 12 출시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26.7%에서 불과 3개월 만인 올 1월 32.9%로 뛰어올랐다. 저도주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던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최근 17년산 퓨어 몰트 저도주 ‘더 스무스 바이 임페리얼’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위스키업계는 연산 저도주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도주 시장이 가성비는 물론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가심비’도 중시하는 트렌드로 바뀌면서 연산을 따지는 구매 패턴이 확산되는 것 같다”며 “무연산 제품에서 연산 제품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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