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백지선호의 골리 맷 달튼(32)은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로 남자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1위 캐나다의 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달튼은 18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0-4(0-1 0-1 0-2)로 패한 후 “완벽한 경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17일 스위스전(0-8 패)다는 훨씬 나았다”고 말했다.
백지선(51) 대표팀 감독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더 이상 요구할 수 없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정확한 평가였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는 바로 이럴 때 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이스하키가 국기인 캐나다를 상대로 확연한 실력 차를 보였지만, 꽤나 ‘선전’했다.
양국을 대등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큰 이유는 바로 저변의 차이다. 한국은 아이스하키 불모지다. 남자 등록선수가 233명뿐이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 출전하는 팀은 3개, 대학팀은 5개에 불과하다. 아이스하키링크의 수도 47개에 그친다.
아시아권 팀들에게 조차 무시 받았던 게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다.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은 1996년 일본 팀에 교류전을 요청했지만, 실력 차가 크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했다. 이런 한국이 아이스하키가 국기인 데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캐나다에 4골 만 내준 것은 결코 못한 게 아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변곡점은 2013년 1월이었다. 아이스하키 매니아인 정몽원(63) 한라그룹 회장이 당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협회는 그 해 핀란드 2부 리그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10명을 유학 보내 선진 경기를 경험하게 했다. 이듬해 7월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 출신인 백지선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같은 해 9월 역시 NHL에서 족적을 남긴 박용수(42)를 대표팀 코치로 들여왔다. 선진 아이스하키를 경험한 선수들과 코치진이 한 배를 탄 데다, 귀화 외국인 선수가 가세하고 협회의 지원이 합쳐지면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급성장했다.
결실은 약 3~4년 만에 나타났다. 한국은 2016년 헝가리에서 벌어진 6개국 친선대회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정상에 섰다. 같은 해 4월에는 일본을 34년 만에 처음으로 이겼다. 2017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는 4승 1패로 월드챔피언십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백지선호의 분투는 아이스하키에 문외한이던 사람들마저 경기장을 찾게 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 관람석은 만석에 가까웠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관중은 가득 들어찼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팬들이 많았으며 피리어드 사이 15분 간의 휴식시간에는 파도타기 응원전도 펼쳐졌다. 이에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등 초반부터 전투적으로 나섰다. 한국은 2피리어드까지 불과 2골만 내주는 철벽 수비를 선보였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전패(14실점)를 기록했지만 8강행 가능성은 남아 있다. 8강에는 각 조 1위를 차지한 3개 팀이 직행한다. 각 조 2위 팀 중에 가장 승점이 많은 1개 팀도 8강에 합류한다. A조 1∼2위인 체코(2승 1연장승ㆍ승점 8)와 캐나다(2승 1연장패ㆍ승점 7), B조 1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2승 1패ㆍ승점 6), C조 1위 스웨덴(3승ㆍ승점 9)이 8강에 올랐다.
나머지 절반은 단판 플레이오프(PO)를 통해 정해진다. 8강 직행에 실패한 8개 팀들은 조별리그 성적에 따라 시드를 매겨 5번-12번, 6번-11번, 7번-10번, 8번-9번이 맞붙는 단판 승부를 벌여 8강 진출자를 가린다. 조별리그 성적으로 12번 시드를 획득한 한국은 5번 시드인 세계랭킹 4위 핀란드와 20일 오후 9시 10분에 같은 장소에서 맞붙는다.
강릉=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이슈+] '성추행' 이윤택 '더러운 욕망 못참아…벌 달게 받겠다'
‘리틀 포레스트’ 류준열 “김태리 사진 전송 진동에 전화 온 줄 착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